<公기관 채용비리 근절 대책>의원이 청탁… 전형기준 조작… 檢, 금감원·강원랜드 등 수사

드러난 채용비리 실태

산업부 산하기관 25곳
국감서 부정 드러나기도

취업준비생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실태가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특혜를 주기 위해 임원이 불법을 서슴없이 저지르는가 하면, 서류나 면접 등 전형별 기준을 인위적으로 뒤바꾸면서 수많은 지원자를 채용 비리의 ‘들러리’로 삼기도 했다. 특히 국회의원 등 유력 지인의 청탁을 받고 특혜 채용을 하다 발각되는 경우가 많아 ‘현대판 음서제’가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기관의 채용 비리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의 채용 비리는 고질적이다. 금감원은 2015년 신입직원 공개 채용 때 지인의 청탁을 받은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 인원을 마음대로 늘리는가 하면, 서울 소재 대학을 나온 지원자를 ‘지방 인재’로 분류해 합격시키기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검은 조직적으로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의 자택과 금감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특히 이번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는 수년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25곳에서 채용 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감사원과 산업부 감사를 분석한 결과, 감사 대상 28개 기관 가운데 25곳에서 채용 비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부정 채용과 제도 부실 운영 등으로 18개 기관에서 최소 805명의 부정 채용자가 적발됐다고 폭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의 부정 채용도 심각했다. 이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출한 ‘산하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및 결과’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8개 기관 중 7곳에서 부정 채용이 있었고, 이 중 6곳에서 대학교를 갓 졸업한 지원자를 경력직 직원으로 채용하거나 대부분의 면접위원이 ‘하(下)’로 평가한 응시자를 채용하는 등 총 39명을 부정합격 시켰다고 밝혔다.

강원랜드는 2013년 수질·환경 분야 전문가를 공개 구인하면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서관 김모 씨가 실무 경력 5년 이상 지원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수민·윤명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