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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30일(月)
혁신성장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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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정치인은 지지율에 목을 맨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정 운영의 동력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청와대는 늘 지지율을 챙긴다. 태연한 척하면서도 매주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한다. 단언컨대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지지율에 민감할 게 분명하다. 소소한 일상까지 노출하면서 국민 공감을 얻어내는 ‘everyday presidency’ 소통의 달인 아니던가. 그러니 집권 6개월이 됐는데도 계속되는 70% 이상의 ‘놀랄 만한’ 지지율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역대 대통령이 유독 신경 쓰는 숫자가 또 있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이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은 문 정부는 고용지수에 눈이 많이 갈 터다. 그래도 최대관심은 단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경제 상황을 두루 보여주는 대표적 ‘민심’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이 지표도 ‘서프라이즈’다. 3분기 증가율이 1.4%로, 올 3%대 성장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임기 1년 차 때 3% 성장을 이룬 첫 대통령이 된다.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문 대통령으로선 촛불 1년 즈음해 이 낭보(朗報)를 접한 감회가 남달랐을 게다. 국민도 자축할 일이다.

하지만 께름칙하다. 깜짝 성장이 혈세와 ‘밀어내기 수출’의 합작품이라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내수절벽은 여전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외려 감소했다. 현 정부가 그토록 미워하는 대기업의 반도체 수출이 정부 체면을 살려줬으니 아이러니다. 최저임금 과속인상 등 친노동정책의 ‘혹독한 심판’도 임박했다. 북핵과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악재는 활화산이다. 글로벌 긴축기조는 성장의 발목을 잡을 단단한 족쇄(足鎖)다.

그런 면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매달리던 정부가 경제 체질을 바꿀 혁신(革新)성장에 눈을 돌린 건 반색할 일이다. 촛불 정신의 요체도 결국 ‘대한민국 혁신’이다. 혁신은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을 참으며 기존의 것을 파괴해야 이뤄진다. 한데, 걱정이다. 문 정부가 과연 혁신성장을 제대로 해볼 참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그 개념부터 잘못됐다. 혁신은 새것이 자연스레 옛것을 밀어내는 미래진행형이어야 한다. 그러나 문 정부는 옛것을 밀어내고 새것을 만들려는 과거 진행형이다. 그 범주를 중소·벤처 기업 등에 국한하고 대기업은 규제만 하려는 속내도 틀렸다. ‘혁신 후진국’인 우리로선 자본과 두뇌를 총동원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혁신성장의 컨트롤타워라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약체인 점도 정부 의지를 의심케 한다. 출범 전 위원회에 국무위원 전원이 참여한다더니 장관 4명만 달랑 합류했다. 회의도 분기에 한 번 열린다. 구호만 있고 실체는 없는 창조경제 기시감이 든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대기업을 증오하고 중소기업을 폄하하는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한 건 ‘혁신모독’이다.

혁신성장은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다.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혁신성장의 성패는 노동·규제 개혁에 달려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새로운 기술과 모험 투자를 감행하는 기업에 대한 낡은 규제를 혁파하지 않는 혁신은 말장난이다. 문 정부에 3가지만 당부한다.

먼저, 문 대통령과 경제팀은 지금부터 혁신성장을 입에 달고 다녀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 말씀이 법’이라는 관료도 규제 혁파에 몸을 던진다. 대기업도 혁신성장 대상이어야 한다. 중소·벤처 기업과 대기업 상생이 그 핵심인 만큼 대기업이 빠지면 ‘외바퀴 성장’이다. 대통령은 언급조차 한 적 없는데 김동연 경제부총리만 ‘대기업도 중요 축’이라고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둘째, 범부처 간 협조와 조정이 원활해야 혁신성장도 힘을 받는다. 명실상부한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총괄·기획·조정해야 한다. 청와대의 하명(下命)을 부처가 ‘심부름하는’ 식이어선 백전백패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협치 의지도 절실하다. 국회 협조 없는 관련 입법과 법률 개정은 헛물켜기다.

‘J노믹스’의 주요 설계자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한국 경제에 두 거인이 있었으면 한다. 한 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고, 다른 한 분은 문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진정한 의미의 혁신성장 토양을 잘 다져놓아야 그의 야무진 꿈이 백일몽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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