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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30일(月)
강익중 ‘내가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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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경계선을 연결선으로 바꾸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미래와 과거, 너와 나, 동과 서, 남과 북 등을 잇는 작업이다. 그 궁극의 지향은 조화(調和)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57)이 자신의 예술관(觀)을 표현한 말이다. 그의 작품이 그림·글자·기호 등을 채워 넣은, 가로·세로 각각 3인치(7.62㎝) 안팎인 사각형 나무판을 수천, 수만 개 잇는 방식인 것도 ‘연결과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가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미국 휘트니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천재 예술가 백남준과 함께 ‘멀티플/ 다이얼로그’ 주제의 2인전을 처음 열었다. 그가 ‘제2의 백남준’으로 일컬어지게 된 출발점이다. 그는 “예술은 사기(詐欺)다”라고 했던 백남준의 말을 이렇게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 사기는 사기(史記)를 뜻한다. 백남준은 미래의 시제를 현재로 옮긴 것이 현대미술이라고 했다. 미래 시점에서 현재의 역사를 쓰는 게 예술이라는 것이다.”

1985년 결혼을 앞두고, 가난한 예술가의 생활력을 걱정한 예비 장모의 “자네, 아는 게 뭔가” 하는 질문을 받았던 강익중은 유년 시절의 기억인 ‘폭풍 직전의 하늘은 연한 청록색이다’를 시작으로 일상에서 얻은 ‘소소한 깨달음’을 연작 시(詩)로 써왔다. 이를 3인치 나무 패널들에 담은 첫 전시회 ‘내가 아는 것’을 2004년부터 간헐적으로 열어왔다. 그 연장선이면서 또 다른 시도인 ‘내가 아는 것’ 전시회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지난 9월 22일 시작해 오는 11월 19일까지 계속된다. 공모를 통해 5세부터 97세까지 국내외 2300명의 ‘내 인생의 한 문장’을 한글로 모았다. 이를 나무 패널 2만6000개에 한 글자씩 담은 뒤, 석굴암 형상으로 꾸민 벽에 연결했다. ‘얼음과자 맛있다고 한 개 두 개 먹다 보면 배가 아프다’ ‘잔은 다 채우지 않는다’ ‘내 장수의 비결은 정직성에 있다’ 등 모든 문장 사이엔 마침표 대신 달항아리 그림이다. 한글도 자음과 모음의 조화이고, 백자대호(白磁大壺)인 달항아리도 아래·위 두 부분을 따로 빚은 뒤 이어 붙여 불가마에서 구워냄으로써 완전한 대칭은 아니면서도 넉넉한 원형의 오묘한 조화미를 보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 앞에서 감동과 재미와 사색에 빠져든다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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