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전 밀어붙인 反美시위대… 되레 警공권력 세워줬다

차벽 설치·무장 경찰 재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반대해온 반미·진보 성향 단체들이 청와대 인근에서 돌출 행동을 벌이다가 잇달아 경찰에 제지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반미 선전전으로 여론의 지지마저 약해진 상황에서 무리한 집회·시위를 하다가 되레 경찰이 공권력의 권위를 되찾게 도와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미·진보 성향 단체 회원 등의 과격한 반 트럼프 집회·시위는 경찰의 ‘철통 경비’에 가로막혔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7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삼보일배 평화기도’를 하고 청와대 인근으로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찰은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들을 막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같은 날 오후 7시 30분쯤 광화문 중앙광장 인근에서 순경의 얼굴을 들이받은 혐의(공무집행방해)로 A(4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내용의 불법 유인물이 마포·동작구 등 서울 도심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데 대해서도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차벽을 설치하는 등 삼엄한 경비에 나선 것을 계기로, 이참에 땅에 떨어진 공권력의 권위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날 경찰 버스 등을 이용해 광화문광장을 ‘ㄷ’ 모양 차벽으로 에워싸고,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병력을 배치했다.

특히 광화문광장 둘레는 철제 펜스로 모두 봉쇄하고 폴리스 라인을 이중으로 설치했다. 펜스 앞에는 일선서 서장·과장 등 간부들을 포함한 경찰력이 약 1m 간격으로 촘촘히 서 경비 태세를 갖췄다. 캠코더를 이용한 시위대 불법행위 채증도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들의 자조 섞인 ‘고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기조는 ‘참가자들의 도로 침범 정도의 범법 행위는 그냥 넘어간다’는 쪽으로 바뀌었던 게 사실이다. 수뇌부가 수사권 독립을 위해 청와대의 ‘인권 경찰 변신’ 요구를 100% 수용하면서,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찰의 의무는 사실상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탄식하는 경찰관도 있었다.

김수민·윤명진·김성훈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