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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5일(水)
알쓸신잡, 지식인 ‘아재판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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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은 40~50대 지식인 아저씨들의 지식 수다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분명치 않았고 어떤 장점이 있을지도 애매했다. 시즌 1은 잡학다식 유시민, 음식전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과학 정재승, 이렇게 네 사람의 수다로 시작됐는데 워낙 다양한 소재에 대해 ‘자유연상’ 식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지식인이라고 해도 그의 지식은 자신이 공부한 분야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분야를 벗어나면 사실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방송에선 치밀한 사전 준비로 그 부족함을 채운다. 촬영 전에 공지된 소재를 미리 학습해 자신의 기존 지식과 융합해 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알쓸신잡’처럼 수많은 소재에 대해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다 보면 미리 학습한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그때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그저 잡담 수준이기 때문에, 그런 아저씨들의 잡담을 왜 시청자가 TV를 통해 봐야 하는지가 애매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그램의 의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세상만사에 대한 자유연상 수다인 것 같았지만 점차 여행지 소개라는 테마가 분명해졌다. 국내 다양한 지역을 다니면서 해당 지역의 역사, 연관된 근현대 사건, 맛집 등을 소개한다는 큰 틀이 확립된 것이다. 마치 ‘1박2일’ 같은 느낌이다. ‘1박2일’은 연예인들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게임쇼와 먹방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풍광과 음식들이 드러난다. ‘알쓸신잡’은 게임쇼의 배경으로 보여주는 대신 말로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여기서도 먹방은 빠지지 않는데, 음식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다는 점이 연예인 먹방과 다르다. ‘1박2일’ 지식인 아재 버전이다. ‘1박2일’과 ‘알쓸신잡’이 모두 나영석 사단의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지식이 생기면 무심코 지나쳤던 다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거기에서 비롯된 새로운 호기심이 생긴다. 향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지식이 있어야 풍성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알쓸신잡’은 우리 국토 곳곳의 의미를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경치 좋은 관광지 소개에서 벗어나 도처에 숨어 있는 곱씹어볼 만한 지점들을 열어 보여준다. 시즌 2에선 강원 탄광지대나 전남 목포 구시가지의 의미를 전해주기도 했다. 예능 제작진이 생각하기 어려운 지식인의 문제의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최근엔 유시민이 진도의 풍물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관광업으로 살아가는 진도가 세월호 사건 이후 관광객이 끊기면서 어려운 지경에 처한 것이 안타까워 일부러 그랬다는 것이 알려지며 감동을 줬다. 낙화암에선 관광객을 위한 안내방송의 심각한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식의 얕음은 확실히 문제다. 더한 문제는 내용의 주관성이다. 출연자의 말은 그들의 생각에 불과하고 근거가 의심스러운 대목도 있다. 시청자들이 그것을 객관적 지식으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생긴다. 오도된 지식보다는 차라리 연예인 게임쇼가 덜 유해할 수 있다. 시청자가 진짜 지식은 스스로 공부해서 얻는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 떨어져서 시청할 때, 이 ‘얇고 넓은’ 지식들의 향연에 긍정적인 의미가 생길 것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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