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볍지만 더 강하게…‘車 프레임 전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시스템

연비향상·CO2규제 등 대응위해
車업계 차체경량화 연구 집중

장치 많아지면서 감량은 필수
車중량이 연료소비 23% 좌우

알루미늄·탄소섬유 신소재로
가벼워졌지만 강도 크게 향상

설계·구조 변화만으로도 효과
아키텍처 바꿔 중량 대폭 줄여

지난 10월 국내 시장에 선보인 롤스로이스 팬텀 8과 토요타 뉴 캠리의 공통된 특징이라면 각각 럭셔리 아키텍처와 뉴 글로벌 아키텍처(TNGA)를 기반으로 경량화를 선언한 것이다. 롤스로이스 모델 최초로 뉴 팬텀에 적용된 럭셔리 아키텍처는 100%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로 기존 모델보다 가벼우면서도 차체 강성이 30% 이상 향상됐다. 뉴 캠리 아키텍처 플랫폼도 차체가 경량화되고 차체 강성 역시 30% 향상됐다. 자동차의 연비 향상과 범세계적인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차체 경량화를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생산업체별로 다양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장치는 많아졌지만, 무게는 줄여야 = 차체 경량화는 시대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중형차의 공차 중량은 1980년대 초 1000㎏ 내외였지만 최근에는 1500㎏이 넘어간다. 대형차의 경우 2500㎏이 넘는다. 사람들이 두껍고 안락한 시트와 그에 걸맞은 방음 장치, 고사양의 엔터테인먼트 장치가 내장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충돌 안전 테스트가 도입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이를 통과하기 위해 더욱 강한 재료로 차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자동차의 중량 증가가 이뤄졌다. 그렇지만 이런 차체 중량 증가는 역설적으로 속도와 연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차량 중량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연료소비에서 23% 정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볍고 단단한 소재를 사용하는 게 필수가 됐다. 차량 중량을 100㎏ 줄이면 ㎞당 이산화탄소를 3.5∼8.5g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차체 경량화는 연비 향상 외에도 성능 개선까지 이뤄준다. 1500㎏ 승용차 무게를 10% 줄일 경우, 가속성능이 8% 향상되고 제동거리 5% 단축, 조향성능은 6% 향상되고, 차체의 내구수명 또한 1.7배로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되는 BMW 7시리즈 차체구조물. BMW 제공

◇철, 알루미늄, 탄소섬유에 목재까지 = 이에 대한 업체들의 해법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철 대신 알루미늄을 활용하는 것. 현대·기아자동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했고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에도 일부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는 새 S시리즈부터 차체의 50%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기 시작했고, 롤스로이스 뉴 팬텀과 아우디, 재규어 일부 자동차는 100% 알루미늄 차체로 만들어지고 있다. 국제알루미늄협회(IAI)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승용차 평균 알루미늄 함량은 120∼150㎏이지만 오는 2025년엔 최대 25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비금속 재료는 탄소섬유 소재와 강화 플라스틱이 주목받는다. BMW의 뉴 7시리즈와 i3, i8 등에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 적용돼 큰 무게 감소가 이뤄졌다. 포드와 마그나는 탄소섬유 서브 프레임 공동 연구개발을 발표했고, 로터스자동차는 798㎏의 스포츠카 ‘엘리스 스프린트’를 개발했다. 현대자동차도 향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의 비중을 높여 간다는 계획이다. 일본제지그룹은 심지어 나무 추출물을 통해 차체를 만들 수 있는 셀룰로오스나노파이버를 개발했다.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 등 고가의 재료가 들어가면 그만큼 차량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철의 강도를 키우는 것이다. 얼마 전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 면적당 150㎏의 하중을 견디는 1.5기가파스칼(㎬)급 강판으로, 기존 초고장력 강판보다 2배 이상으로 강하다. 알루미늄보다 가볍지만 소재비용은 3분의 1 이상으로 싸지고, 가공비용도 2분의 1가량 저렴하다. 쌍용자동차의 G4렉스턴과 티볼리 아머, 한국지엠 쉐보레 올 뉴 크루즈, 르노삼성 SM6 등에 기가스틸이 적용됐다.

◇차체 설계·구조 변화로도 무게 덜어 = 차체 설계나 구조 변화를 통해 자동차의 군살을 빼기도 한다. 최근 개발된 한국지엠의 올 뉴 말리부는 ‘스마트 엔지니어링’이라 불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설계로 차체 하중이 많이 실리는 부분을 보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대폭 제거했다. 그 결과, 130㎏ 감량과 함께 루프 강성이 5.35배로 강화되는 등 전반적인 차체 강성의 향상을 이뤄냈다. 올 뉴 크루즈도 기존 모델 대비 무게를 110㎏ 줄였다. 토요타는 지난 2013년 뉴 글로벌 아키텍처란 새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차체 중량을 약 20% 줄였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