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국회·헌재 상대로 ‘낙태죄 폐지 반대’ 압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의 본산인 서울 명동성당 전경.

서한 발송해 입장 전달하기로
이번 주말부터 100만인 서명
종교·시민단체와 연대 모색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교황 발언 인용 실수’에 대한 사과를 받아낸 천주교가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운동의 강도를 더욱 높여간다.

이번 주말에 100만인 서명 운동을 시작하는 데 이어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교회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웃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모색한다.

조국 수석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수원대교구청을 찾아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장인 이용훈 주교를 면담하고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교황의 발언을 인용하게 된 과정을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생명존중이라는 천주교회의 입장을 겸허하게 청취했다”며 “청와대의 청원 답변 내용 중 교황님의 말씀은 ‘아이리시 타임스’ 기사를 압축하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음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생명윤리위 총무인 이동익 신부는 “조 수석이 유감을 표했고 천주교가 이 문제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두고 염려한다는 점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천주교 측에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유감 표명과 관계없이 천주교는 이번 주일미사부터 전국 성당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전국 교구장 주교에게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12월 3일 대림 제1주일부터 한국 천주교회 전체 차원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면서 “대사회적으로도 서명 운동을 전개할 방안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주교는 1992년에도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 개정에 반대해 105만 9035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천주교는 또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에 있는 헌법재판소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들에게도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한편 개신교 주요 교단과 연합단체, 조계종 등 불교의 주요 종단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실태조사를 거쳐 사회적·법적 논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가진 마당에 입장 표명은 성급하다고 종교계 일부에서는 보고 있다. 대개 시민사회단체는 낙태법 폐지에 찬성하고 있어 천주교의 연대 모색은 수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