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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1일(金)
對共 정보·수사 분리가 利敵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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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돈재 건국대 초빙교수, 前 국정원 1차장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 개혁안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정원은 11월 29일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개혁안 가운데서 명칭 변경보다 주목해야 할 내용은 대공(對共) 수사권 박탈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정보의 수집 금지 등이다. 이 개혁안은 대공 안보 체제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그 의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국회 통과 등 입법 절차를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이 안(案)대로 될 경우 간첩 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2000년대 이후 검거한 간첩 60여 명 가운데 50명을 국정원이 검거하는 등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해외정보와 국내정보, 정보와 수사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어 가능했다. 정보와 수사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어 해외에서 수집한 정보로 수사에 착수하고,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로 해외에서 추가 정보 수집과 채증(採證) 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이관할 경우 이런 선(善)순환이 이뤄지기 어렵다. 정보 내용이 정보 출처를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아 국정원은 정보 제공을 꺼리게 되고 수사기관도 국정원에 추가 정보 수집과 채증 요청을 하기가 번거로워 유기적 협조가 어렵다. 미국이 9·11 테러 이후 국가정보장(DNI) 제도를 신설한 것도 해외정보·국내정보, 정보·수사의 통합 필요성 때문이다.

국정원에 북한과 연계된 안보 침해 행위 정보 수집권을 주면서도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수사기관이 수집할 수 있고, 양심의 자유 침해 등 위헌 논란이 지속돼 왔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은 구차하게 들린다. 다른 기관은 해도 되고 국정원은 안 된다는 것도, 위헌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공 안보에 큰 구멍을 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안 설명에서 특히 강조된 것이 국정원의 수사권을 떼어내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프랑스, 중국, 스웨덴, 호주, 싱가포르 등 30여 개국의 정보기관이 정보·수사의 통합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효율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반드시 ‘선진국 모델’을 따를 필요는 없다.

더욱이 국정원의 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주거나 새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은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크다. 보안 문제로 국정원이 보유한 대공 수사 경험, 기술과 기록을 이관할 수 없어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한다. 대공 수사에는 국내정보와 해외정보, 공개정보와 비밀공작, 인간정보와 기술정보, 첩보망과 정보 협력망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돼야 하나, 수사기관으로는 불가능하다. 북한 정보, 방첩, 대(對)테러, 사이버전, 국제범죄 등 활동에서 축적되는 정보의 활용도 불가능하고 정보, 수사, 외국어 능력 등 다양한 자질을 가진 인력 확보도 어렵다. 인사·기획·지원·교육 기능 중복으로 낭비가 많다.

국정원의 과오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밝힐 것은 밝히고 벌줄 것은 벌주는 게 좋다. 그러나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수사권은 아무 관련이 없다. 지난 20년간 유우성 사건을 제외하고는 국정원의 수사권이 크게 문제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대공 능력 약화는 핵 개발에 성공한 김정은을 더욱 고무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지금은 6·25 이후 최대의 안보 위기 상황이고, 많은 국민이 문 정부의 안보 및 대북 인식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이번 국정원 개혁안은 내용도 문제지만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합하다. 이 개혁안이 이적(利敵) ‘적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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