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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3일(水)
‘연기중 性추행’ 예술이냐 현실이냐… 대법 판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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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전승훈 기자 jeon@
1심 “감독 지시에 따른 업무상 행위” 無罪
2심 “연기라도 性的결정권 보호돼야” 有罪

- 여배우 A씨
“가슴 만지고 속옷에 손 넣어
연기 빙자한 추행 옹호 안돼”

- 남배우 조씨
“현실과 영화 상황 혼동 억울
진실규명 위한 공개검증하자”

- 메이킹 필름 속 감독 장씨
“옷 확 찢어버리고 뒷자세로
맘대로 하시라…미친X처럼”

- 감독 장씨
“메이킹 필름은 악의적 편집
역량 부족의 감독으로 추락”


영화 촬영 현장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배우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남배우의 진실공방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1심 법원은 남배우의 무죄를 선고했고, 2심에서는 유죄로 뒤집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 최근 유명 감독이 촬영장에서 여배우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한 여배우는 극장 상영판에서 제외됐던 노출 장면이 인터넷TV(IPTV)에 포함돼 유통되자 감독을 고소했고, 감독도 이 여배우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화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정리하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본다.

여배우 A 씨는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상대 배우 조덕제가 자신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을 했다며 그해 5월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촬영분은 만취한 남편이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고, 격분해 폭행하다가 겁탈하는 장면으로, A 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조덕제가) 브래지어를 찢어 가슴을 만지고 팬티에 손을 넣었다. 그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영화 촬영 전에 고지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에게 가해진 성추행으로 판단해 징역을 구형했지만 2016년 12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남자배우가 감독 지시에 따라 자신의 배역에 몰입해 연기한 업무상 행위”라며 “피해자가 억울한 마음에 상황을 다소 과장해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등은 2017년 1월 16일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포럼을 열고,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이 포럼에서는 영화계 내에서 여성 배우에 대한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해도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로 △여성 대상화 △‘예술’에 대한 낭만적 판타지 아래 폭력을 용인한 문화 △남성화된 영화 산업 구조 등이 지적됐다.

이 사건은 10월 13일 열린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며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조덕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A 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A 씨가 사건 직후 촬영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요구하자 조덕제가 잘못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못한 점, 이 일로 조덕제가 영화에서 중도 하차한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조덕제는 촬영장에 있던 스태프들이 추행을 제대로 목격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각자 임무에 집중하느라 화면에 잡히지 않는 신체 부위까지 제대로 지켜볼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일부 노출과 성행위가 표현되는 영화 촬영 과정이라도 연기를 빌미로 강제추행 등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구별돼야 하고, 연기 중에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덕제는 2심의 유죄 판단에 불복해 곧바로 상고하면서 최종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10월 17일에는 조덕제가 자신의 신분을 처음 밝히며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가 현실과 그 영화의 상황을 혼동하지 않았나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2심 판결이 나의 그동안 억울함과 1심 판결을 완전히 무시한 채 (내가) 순간적이고 우발적으로 흥분해 여배우의 바지와 팬티스타킹, 팬티 안에 세 차례에 걸쳐 손을 넣었다고 유죄 선고를 내렸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2심 재판부도 해당 영상을 봤다고 했는데 내가 어느 부분에서 우발적으로 손을 넣었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기생활을 20년 넘게 해왔고 출연작도 수십 편이 되는데 2심 판결대로 마치 정신병자 같은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연기자 생활을 해왔겠느냐”며 “나 자신과 내 가족들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떳떳해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도 10월 24일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편지를 통해 “연기를 빙자한 추행이 영화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영화계의 관행 등으로 포장된 각종 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력 15년이 넘는 연기자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라고 밝힌 A 씨는 사건 당시 패닉 상태에 빠져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재판과정에서도 조덕제의 보복성 고소와 허위기사로 “완전히 무너져내렸다”고 털어놓았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다음 날 디스패치가 영화 촬영 당시 메이킹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감독이 조덕제에게 직접 전한 지시사항과 당시 현장 상황 등이 담겨있다. 해당 촬영 분에는 ‘기승(조덕제)이 새벽에 만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온다. 화장을 하고 나가는 아내(A 씨)와 마주쳤다. 기승은 아내를 폭행하며 성관계를 갖는다. 아내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또 감독이 조덕제에게 “그냥 옷을 확 찢어버리는 거야. (여자는) 몸을 감출 거 아니에요. 그다음부터는 맘대로 하시라니까. 미친놈처럼. 그러면 뒤로 돌려. 막 굉장히 처절하게. 죽기보다 싫은, 강간당하는 기분이거든. 그렇게 만들어 주셔야 돼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포함돼 있다. 감독은 또 “마음대로 하시라고요. ‘한 따까리’ 해야죠. 굉장히 중요한 신이에요. 사육하는 느낌이 들어야 돼. 그래야 다음 신이 다 연결돼요. 이렇게 때리면 안 보여. (관계를) 할 때도 머리통 잡고 막 흔들고. 몸도 옷 팍 찢고. 어쨌든 자세는 뒷자세예요. 선 대로”라고 지시했다. 디스패치 측은 이 영상에 허리 아랫부분은 찍히지 않아 조덕제가 A 씨의 팬티에 손을 넣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영상이 나가자 해당 영화 연출자인 장훈 감독이 11월 1일 복수의 언론을 통해 “억울하고 떳떳해 실명을 드러내고 입장을 밝힌다”며 “최근 공개된 메이킹 필름 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조덕제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감독은 여배우 편에 서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나를 위해 사실 확인서나 진정서를 써 주신 분들에게 전화를 해 ‘뒤엎어라’라고 했다더라.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감독도 명쾌하게 모든 진실을, 떳떳하게 본인의 입장을 밝혔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이 한마디 한 것을 도둑 녹취하고, 반강압적인 진술서 등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할 수 있는 진술은 모두 했다”며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대화까지도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서 나를 능력 부족, 역량 부족의 범죄를 꾸미는 감독으로 추락시켰다”고 토로했다.

이후 조덕제가 한 차례 더 결백을 주장했고, A 씨도 반박 입장을 나타냈다. 조덕제는 11월 7일 메이킹 영상 촬영기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여배우 측, 장훈 감독, 단체들의 허위주장으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정확한 진실규명을 위한 공개검증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20년 이상 연기한 조단역 배우가 스태프들 앞에서 연기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흥분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연기자임을 망각하고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신병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메이킹 영상 촬영기사도 “여배우가 뻔한 거짓말로 영상의 존재를 몰랐다고 했다. 여배우에게 관련 내용을 말한 메시지도 지금 가지고 있다”며 “감독에게도 메이킹 필름 영상을 메일로 보냈고, 이후 2년이 흐르고서 그 어떤 항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 최근에야 왜 허락도 없이 유출했냐고 항의 전화를 하더라”고 밝혔다.

A 씨는 11월 21일 열린 변호인의 기자회견 후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많이 힘들고,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며 “앞으로 저와 같이, 제2의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보도를 해줄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취재진에게 호소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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