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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9일(金)
더 심해진 고관대작 일상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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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올 한 해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적폐(積弊)였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부패·비리·관행을 말한다. 그렇다고 뿌리 뽑아야 할 적폐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든 사람의 생각이 똑같지는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적폐는 권력형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연 이뿐일까. 눈 안의 대들보, 일상적인 적폐에도 눈을 돌려보자. 한 번 범법이면 실수라 해도, 상습적이라면 분명 법을 얕보거나 조롱하는 적폐다. 특히 주변에서 쉽게 봐주었던,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다뤄졌던, 그러나 국민의 정서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고관대작들의 고질병.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양 되풀이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최근까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된 이런 유의 의혹만 따져도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크게는 두 가지. 본인과 가족을 위한 일상생활의 이기적 일탈 행위로 △자녀 교육 구실의 수차례 위장전입 △상습적 교통법규 위반 및 지방세·과태료 상습 체납 △상속세 누락 △쪼개기 증여로 세금 탈루 △평균을 넘어선 과도한 부동산 다운계약서 등이 있다. 또 권력만이 누릴 수 있는 대가로서 △가족 사업 지원용 부하 직원의 출자·고가 물품 거래 △채용 청탁 △자녀 군 보직 변경 특혜 △사외이사·고문으로 고액연봉 △수사 무마 압력 등이다. 이쯤에서 대한민국 보통사람의 상식을 대비시켜 보자. 차량이 압류됐는데도 몰랐다? 차가 없으면 생계가 어려운 보통사람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전에 벌점 누적으로 인한 면허취소 걱정을 이고 산다. 재벌의 상속·증여를 비난했던 사람이 똑같은 일을 했다면? 자녀에게 수억 원을 물려주고 하필 장관에 지명된 뒤 증여세를 부랴부랴 납부하는 행동은? 보통 사람은 헌법 의무를 생각하기에 앞서 탈루 적발을 걱정해 자진 납세한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수년 동안 0원이라면 산속에서 나물 캐고 살았다는 얘긴가? 어차피 소득 공제 한도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0원 신고는 일반 직장인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공개검증대에 오르고, 언론이 달려들어 제기한 게 이럴 정도라면 유력인사 풀의 알려지지 않은 일상 적폐가 얼마일지는 가늠조차 안 된다. 뭘 믿고 이러는 것일까. 법관·검사·장군·장관·국회의원은 나라와 정의를 위해 봉사하고 있으니 그런 하찮은 일상의 법 위반까지 일일이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일까. 아니다. 권력의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거나 법적 문제가 될 경우 권력을 휘둘러 단죄의 그물망을 벗어날 수 있다는 특권의식 때문이다. 자수성가든 금수저 출신이든 귀족층으로 선택받았다고 믿고 살아가는 의식. 이런 상습 고질병을 청와대는 대부분 ‘결정적 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옹호했다. 차라리 나라를 위해 일하는 분들이니 사소한 법 위반은 봐주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실하게 이루거나 면책특권 대상을 추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나을 듯싶다. 아닐 바에는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명단 자체를 올리지 말라. 문 대통령이 강조한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을 망칠 뿐이다. 내년에도 청문회 후보들이 “죄송하다” “반성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되풀이되면 국정의 구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jupiter@
e-mail 김상협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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