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안부 合意 미흡하나 정부 차원 再論 바람직하지 않다

일제 식민지배라는 뼈저린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에 한·일 관계는 언제나 폭발성이 강한 주제다. 위안부 문제는 가혹한 희생의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 문제에 ‘올인’하다 한·일 관계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2015년 12·28 합의(合意)를 했으나 적잖은 논란을 남겼다. 합의의 파기 및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피해자 할머니들을 초청해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은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과 오찬을 하면서 “양국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한 자리에서는 “양국 관계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발언의 맥락을 살펴보면, 공약 실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합의는 “진실과 정의에 어긋난 합의”라는 문 대통령 말처럼 미흡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굴복시키지 않는 이상, 외교를 통해 어느 한 편이 완전히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문 대통령 언급처럼 좋든 싫든 국가 간의 약속이다. 문명국이라면 지켜야 한다. 일본이 재협상에 응할 리도 없겠지만, 더 나은 합의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거듭 재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북한의 핵·미사일이 완성단계로 접어드는 안보위기 국면이다. 경제·안보 등 더 넓게 더 멀리 봐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과거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미래가 훨씬 더 중요하다. 올해는 한·일 협력시대를 연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이 되는 해다. 과거사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북핵 등 당면 과제에 집중하며 협력의 신시대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