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정맥소’ 첫 완역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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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8-01-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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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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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스님 “禪의 입장서 분석”

국내에 완역본이 없던 ‘능엄경정맥소’(전 4권, 불광출판사)가 한 선방 스님에 의해 번역돼 나왔다. 불교의 철학과 수행법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능엄경(楞嚴經)은 우리나라 선종의 근본 사상과 정신을 담은 소의경전(所依經典)이지만, 그 방대함과 심오함으로 인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주석서인 여러 ‘소(疏)’가 있기 마련인데, 그중 명나라 말기 진감 스님이 20년에 걸쳐 쓰고 1600년에 간행한 ‘정맥소(正脈疏)’가 교과서처럼 돼 있다. 이 소도 내용이 어렵고, 무엇보다 참선 수행의 체득(體得)이 없이는 문장을 올바르게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부만 국내에 소개돼왔다.

이번에 정맥소를 완역한 진명(54·사진) 스님은 본격적으로 교학을 공부하고 강원에 선 바가 없이 화두참구에 매진하던 선방 수좌다. 1992년 전강 선사의 제자인 정공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여러 제방 선원과 토굴에서 안거를 해왔다. 진명 스님은 16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능엄경정맥소’는 선(禪)의 입장에서 능엄경을 분석했기 때문에 선불교를 지향하는 한국불교 실정에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원의 참선 수행에서 수좌들에게 분별심을 내지 않도록 글과 말을 멀리하게 하는 전통이 있고 그것에 이의가 없다”면서도 “수좌가 ‘왜 참선이 최상승선이냐’는 물음에 대해 확신을 갖고 방황하지 않고 수행하는 데 정맥소는 철학적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 스님은 2009년 경기 의정부 망월사 선원에서 안거할 때 각성 스님의 ‘능엄경 정해’를 보다가 정맥소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는 “한문의 울타리에 갇힌 내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환희심이 솟구쳤다”며 “함께 수행 정진하는 도반과 선후배 스님, 재가수행자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은 생각에 번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명 스님은 “선방에서 책을 펼쳐놓는 것 자체가 금기여서 눈치가 많이 보였다”며 “스님들의 이해를 구하고 공식 참회도 하면서 2년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후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여러 스님의 도움을 받고 윤문 작업을 더해 10년의 세월이 걸려 정맥소를 완역했다. 진명 스님은 “수행자뿐 아니라 일반 불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풀어쓰고 난해한 부분은 각주를 달거나 도표로 압축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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