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4강 진출 새역사>정현 “누구도 두렵지 않다”…비결은 ‘송곳 서브’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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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오후5시30분 페더러와 4강전

2m 장신 즐비한데 188㎝ 키 약점
근육 단련 시속 180 →196㎞ 높여

몸 비틀어 파워에 정확성까지 더해
호주오픈 경기당 ‘서브에이스 4개’

삼성증권 지원도 실력향상에 큰 힘

정현(22·한국체대)이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 진출이란 파란을 연출한 비결은 환상적인 서브다.

미국의 테니스 전문매체 테니스매거진은 25일 오전(한국시간) “정현의 서브가 과거보다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서브가 날카로워질수록 그와 맞붙는 상대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브는 정현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정현은 188㎝.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엔 200㎝ 안팎인 선수들이 즐비하다. 키가 작다는 건 서브에선 한계로 통한다. 키가 크면 그만큼 높은 타점에서 공을 내리꽂을 수 있기 때문. 물론 내리꽂는 서브의 체감 속도는 더욱 빠르다. 정현의 서브는 낮은 타점에서 이뤄졌기에 위협적이지 못했고, 속도는 시속 180㎞를 밑돌았다. 정상급이 200㎞ 안팎의 서브를 구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고, 정현의 밋밋한 서브는 강력한 리턴을 허용하곤 했다. 정현의 게임당 서브에이스는 2016시즌 2.2개(90위)였고, 2017시즌엔 3.4개(69위)에 그쳤다.

그런데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선 달라졌다. 정현의 서브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정현은 위기마다 서브에이스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멜버른에서 열린 1회전은 기권승. 다닐 메드베데프(22·러시아)와의 2회전에서 정현의 서브 최고 속도는 182㎞,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와의 3회전에선 181㎞였지만 노바크 조코비치(31·세르비아)와의 16강전에선 193㎞, 그리고 24일 열린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과의 8강전에선 196㎞ ‘불꽃 서브’를 뽐냈다. 정현은 8강전에서 서브에이스 7개를 챙기면서 3-0(6-4, 7-6, 6-3) 완승했다. 정현은 1회전을 제외한 4경기에서 서브에이스를 16개 뽑아 게임당 4.0개를 유지하고 있다.

정현은 서브 강화를 위해 입체적인 훈련을 소화했다. 우선 복근과 허벅지 근력을 다듬었다. 키의 한계를 단단한 근육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다. 특히 부진에 빠졌던 2016년 투어를 중단하고 진천선수촌에 ‘자진 입소’한 뒤 가장 먼저 근육을 단련했다.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피땀을 흘려 ‘명품 복근, 철벅지’를 갖췄다. 특유의 유연성에 하체가 단단해지면서 서브의 파워와 속도는 부쩍 향상됐다.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서브 리듬 감각을 익혔다. 정현은 “예전에는 서브하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공을 띄우고 라켓으로 치는 동작을 반복했고 힘과 리듬은 부족했다”며 “지금은 반복 훈련을 통해 탄탄한 몸을 가꿨고 또 나만의 서브 리듬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호흡을 맞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네빌 고드윈(43) 코치는 서브의 기술적인 보완을 담당했다. 종전엔 토스와 동시에 라켓을 머리 위로 올려 타격했지만, 지금은 라켓을 최대한 밑에서 위로 끌어올려 스윙 궤적을 크게 형성하고 있다. 또 서브하면서 몸을 살짝 비틀어 정확도와 파워를 업그레이드했다. 고드윈 코치는 “처음 만났을 때의 정현은 서브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증권도 주목받는다. 삼성증권은 2012년부터 정현을 후원해왔다. 삼성증권은 2015년 테니스단 운영을 중단했지만, 정현에 대한 후원은 이어왔다. 구체적인 후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체재비, 훈련비 등을 지급하고 성적에 따라 보너스 개념의 후원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은 26일 5시 30분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4강전에서 격돌, 결승전 진출을 다툰다. 페더러는 서브의 ‘장인’이다. 페더러는 지난 시즌 ATP 투어에서 게임당 서브에이스를 8.3개 챙겼다. 정현의 2.5배. 하지만 37세로 접어들면서 근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페더러는 호주오픈 1회전에서 서브 속도가 190㎞, 2회전은 192㎞, 3회전은 189㎞에 그쳐 200㎞를 웃돌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정현이 서브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황제’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정현이 첫 서브 성공률을 높인다면 페더러의 전진 속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페더러는 정현에게 가장 강력한 상대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역대 최장 세계랭킹 1위(237주)를 지켜냈고, 메이저대회 결승에 29차례 올라 남자부 최다인 19차례 정상을 차지했다. 호주오픈에선 5차례 우승했다. 페더러는 “정현이 조코비치를 꺾을 줄은 몰랐다”며 “정현은 특히 수비력이 좋기에 그의 플레이 영상을 다시 살피면서 분석하겠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김남훈 JTBC3 FOX 스포츠 해설위원은 “37세인 페더러는 체력적인 부분이 유일한 약점”이라며 “22세인 정현이 초반부터 페더러를 강하게 압박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