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소리 크다고 더 아픈거 아니다” 가슴 울린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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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그냥 사랑하는…’ 종영
“세상에 불행중 다행이란 없어
잊는다고 다 괜찮아지진 않아”
주·조연 명대사 뜨거운 반응

“언젠가 다 잊고 괜찮아지겠지 기다리며 살다가 알게 된 게 뭔 줄 아느냐. 그런 날은 안 온다”

쇼핑몰 붕괴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그린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사진)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결이 묻어나는 명대사로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강두(이준호)는 갑작스런 사고로 3개월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기적처럼 깨어났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뒷골목으로 스며들어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무기력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자신과 달리 일상을 지키며 슬픔과 싸우고 있는 문수(원진아)를 만난 강두는 조금씩 달라진다.

30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강두와 문수가 죽음의 위기와 사고의 상처를 딛고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문수는 자신을 찾아왔다가 쓰러진 강두가 병에 걸린 걸 알게 되고, 밤새 그의 곁을 지킨다. 문수는 강두에게 “도대체 전생에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인생이 더럽게 꼬이냐”고 말하며 눈물짓지만 강두는 “난 너 만나서 전생에 나라 구한 줄 알았다”고 오히려 위로한다.

최종회 시청률은 2.011%(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로 높지 않았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포털사이트에는 “여운도 길고 연기, 배우, 촬영지, 대본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마지막까지 가슴 졸이며 울었다” “보는 내내 위로도 많이 받고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 드라마”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 드라마가 마니아를 거느리게 된 요인으로 강두와 문수, 그리고 강두에게 불법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팔다가 나이를 초월한 친구가 되는 할멈(나문희)의 절절한 대사가 큰 역할을 했다. 강두는 문수에게 “그 일이 없었다면 분명 다 좋았을 거니까. 그러니까 우린 더 열심히, 누구보다 더 행복해야 돼”라고 말한다. 문수는 내레이션을 통해 “불행 중 다행 같은 건 없다. 불행은 그냥 불행한 거다”라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대변한다. 강두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자신과 달리 모든 것을 잊고 편한 듯 보이는 문수에게 섭섭해 하자 할멈은 “그 속이 편한지 네가 어떻게 알아? 우는 소리 크다고 더 아픈 거 아니다”라고 그의 속내를 짚어 낸다.

2PM 출신 이준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드라마 첫 주연을 맡은 신인 원진아는 밀도 높은 감정연기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나문희는 묵직하면서도 절절한 연기로 극을 받쳐줬으며 이기우, 윤세아, 강한나 등도 개성 있는 연기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