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올림픽 전 北 무력과시 묵과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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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세계적 축제인 동계올림픽 하루 전날 북한은 건군절을 이 날로 옮겨서 대규모 열병식을 한다고 한다. 통일부 장관은 “거의 모든 병기를 다 (동원)하는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을 예상했다. 김정은은 올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면서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한국은 22명의 북한 선수와 수백 명의 북한 응원단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과시하는 열병식으로 한국과 세계를 협박하려 한다. 들을 북한이 아니지만, 몇 가지 이유를 들어 경고한다.

첫째, 이번 열병식은 대한민국 국민의 대북 경각심을 더욱 고취할 것이다. 침묵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평창올림픽 참가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비핵화 의제를 잠잠하게 만들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평화 이미지로 세탁하며, 미국의 군사행동을 모면함과 동시에 핵 능력을 몰래 강화하려는 술책임을 안다. 그런데도 국민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수용한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마지막까지 평화적 비핵화, 평화적 통일의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같은 열병식을 할 경우 대다수 국민은 북한에 더는 미련을 갖지 않을 것이고, 정부에 힘으로 대응하면서 북핵을 제거하라고까지 요구할 것이다.

둘째, 열병식은 올림픽 직전부터 직후까지 도발을 금지한 국제사회의 합의와 상식을 어기는 것으로서, 전 세계로 하여금 북한 정권의 폭력성을 확신하면서 비핵화를 더욱 압박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 단절이나 유엔의 경제 제재를 적극 이행하는 국가는 커지는 대신에 북한을 비호해 온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약해질 것이다. 세계인들은 엄동의 날씨에 수만 명의 북한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는 비인도성에 경악할 것이고, 한국은 한·미 연합훈련까지 연기했음에도 북한은 더욱 군사 지향적인 데 분노할 것이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과시하면 할수록 국제적 고립만 강화될 뿐이다.

셋째, 열병식은 북한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미국의 군사옵션 시행을 앞당길 수도 있다.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과시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인들이 선제타격을 계속 망설이겠는가?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을 더욱 증강 배치할 것이고, 가장 유리한 시간에 “북한 정권을 지도에서 지워지게” 만들 기습적 선제타격을 시도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더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자제시킬 명분이 없다. 지금이라도 북한이 열병식을 취소하고,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하는 이유다.

다만, 북한이 열병식과 같은 위협적 행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선하게 대응해온 책임도 없지 않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 거의 모든 사항을 일방적으로 양보했고, 북한이 사전 방문단의 방문을 취소했다가 재개하거나 금강산 행사를 일방적으로 최소해도 점잖게만 행동했으며, 비핵화 회담은 아예 제기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민족의 절멸까지 가능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을 다루는데 어떻게 선의만으로 충분할까? 힘이 없는 선의는 비굴일 수 있다. 확고한 총력적 북핵 대응태세, 끈질긴 경제 제재, 철저한 한·미 공조에 의거한 군사적 압박이 병행될 때 선의는 대접받는다. 북한에 대한 선의의 포용정책에 전념해온 김대중 정부가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4강전을 진행하던 때 북한이 한국의 군함을 기습적으로 공격했음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