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아졌어도 인건비 상승 탓에 고용지수 5개월째 50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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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마킷 설문조사 보고서
韓 제조업 생산비지수 61.2
前월 56.5에서 급격히 늘어

업체들 “최저임금 인상 여파
원자재 가격 상승” 답변 많아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경기 호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는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의 설문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국내 서비스업체는 물론, 제조업체 고용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 악화 주장에 대해 ‘최저임금과 무관하다’거나 ‘일부 서비스업에 대한 것으로 곧 나아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5일 영국의 국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제조업체들의 ‘생산비 지수’는 61.2를 기록했다. 생산비 지수는 5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전월에 비해 생산비가 늘었다고 응답한 업체가 더 많음을 뜻한다. 61.2는 지난달 56.5에서 급증한 수치로, 상당수 제조업체가 생산비가 늘었다고 응답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생산비가 늘었다’고 응답한 업체는 설문 대상 전체 429곳 중 25.3%로, ‘줄었다’고 응답한 5.6%의 다섯 배가량으로 많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12.0%보다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IHS마킷 보고서는 이러한 생산비 증가의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1월 한국 제조업체들의 생산비 부담은 전월 대비 늘어남으로써 지난해 8월부터 뚜렷했던 생산비 증가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며 “설문에 응답한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비 증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적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주요국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경기 회복세 속에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서도 국내 제조업체들의 회복세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1월 50.8로 전월 49.9에서 소폭 상승해 완만한 경기 회복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제조업 PMI가 55.1에서 55.5로, 일본은 54.0에서 54.8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치다. 유로존 역시 계속된 호황으로 지난해 12월 60.6, 1월 59.6 등 높은 수치를 기록해나가고 있다. 간신히 회복세로 전환한 한국에 비해 주요국 제조업체들은 강한 호황에 대한 확신을 높여가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적으로 경제가 굉장히 좋은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경기 회복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산비 이슈가 큰 부담일뿐만 아니라 노동비용을 좌우하는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높아 기업들이 긍정적인 경기 판단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