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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8일(木)
올림픽의 숭고한 가치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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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30년 만에 다시 올림픽이 열린다. 88서울올림픽을 통해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우리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진국 대한민국은 뭘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 평창올림픽은 모두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해 참가국 수와 선수 규모 면에서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회로 기록됐다. 개최국 대한민국은 15개 전 종목에 145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북한은 5개 종목에서 모두 22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북한이 참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일인데,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올림픽의 평화 정신을 상징하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성되면서 20∼30대들이 올림픽 정신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북한 선수들로 인해 4년을 기다려온 우리 선수 누군가가 덜 뛰게 된다는 점과 다른 나라의 엔트리는 23명인데, 단일팀만 특혜를 받아 한국 23명과 북한 12명을 합쳐 총 35명 엔트리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세계화한 우리 젊은이들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고 정당하며 성숙해 있다. 그럼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참가국들을 설득해 우리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었다. 이것도 올림픽 정신이기에 가능했다.

1981년, 88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던 해에 ‘불의 전차’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1924년 파리올림픽을 배경으로 사실에 기반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스코틀랜드 선교사 에릭 리들은 뛰어난 기량을 가진 육상 100m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그는 100m 경기가 일요일로 예정되자 안식일에 경기를 할 수 없다며 출전을 포기하고 영국인들로부터 배신자란 비난까지 받는다. 그런데도 리들은 동료 선수의 양보로 평일에 열리는 400m 경기에 출전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

그는 선교사로 중국에서 활동하다가 1945년 2월 21일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 죽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 정부는 리들이 일본과 영국이 동의한 포로교환 때 받은 자유의 기회를 임신한 중국 여성에게 줬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이 영화는 조국이 먼저냐 종교적 신념이 먼저냐 하는 문제를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평창올림픽 이후에 한반도의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에 불완전한 평화가 이뤄지고 일촉즉발의 한반도 긴장이 일시나마 완화됐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올림픽 이념은 노력의 즐거움, 모범적 사례를 통한 교육적 가치, 사회적 책임성, 보편적 기본윤리 원칙에 대한 존중의 정신을 추구하고, 인간의 존엄성 보존을 추구하는 평화로운 사회 건설을 도모하고 조화로운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내일 올림픽이 개막된다. 우리가 개최한 올림픽을 우리가 즐기지 못한다면 이것처럼 허망한 일이 없을 것이다. 오늘을 위해 4년을 기다린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멋진 축제에 참여해보자.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서 소리 높여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면 가장 좋을 것이다. 평창이나 강릉까지 갈 형편이 안 된다면 집에서 TV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자. 설 연휴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늦은 시간에 술잔을 기울이며 누가 멋있는 묘기를 부리고, 최선을 다하는지 관람의 재미도 느껴보자. 올림픽 정신의 진정한 가치는 참여 속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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