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졸업 앞둔 86세 할머니 “82세땐 입학 망설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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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인정’ 양원初 22일 졸업식
암 극복 ·‘6시간 통학’ 등 화제

‘내 나이가 어때서.’

오는 22일 서울 마포구 양원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김선조(여·86·사진) 씨의 졸업 소감문 제목이다. 김 씨는 만학도를 위한 학력인정제 초등학교인 양원초교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다. 김 씨는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봐야 했다. 그의 부모는 여자아이까지 학교에 보낼 여유가 없다고 했다. 결국 김 씨는 남동생들의 교육을 위해 희생해야 했다.

성인이 되고 결혼한 뒤에도 3남매를 키우느라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던 그에게 배움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여든이 넘어서다. 남편과 사별한 뒤 지하철에서 만난 옛 친구의 “학교 가자”는 말에 무작정 따라나서 양원초교에 입학했다. 김 씨는 “82세에도 배울 수 있을까 망설이다가 무조건 시작하기로 했다”며 “입학식 날 나와 같은 처지의 많은 친구가 함께 입학해 너무도 든든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양원초교는 2005년 개교한 국내 최초 성인 초등학교로 4년 만에 초등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다.

김 씨는 요즘 가족과 지인들 생각이 날 때마다 편지를 쓴다. 꼭 편지를 부치는 건 아니지만 아들딸, 손자, 사위, 양원초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마음을 담은 글을 쓸 때 너무 행복하고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남편에게 편지를 쓸 때는 그리운 마음에 눈물이 난다”며 “내가 글을 배워 이렇게 편지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남편이 얼마나 좋아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배우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었는데, 늦은 나이에 학교에 들어와 열심히 공부했고 벌써 졸업을 하게 됐다”며 “졸업 후에도 열심히 공부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양원초교는 22일 오전 10시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MAC)에서 졸업식을 연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왕복 6시간 넘는 거리를 통학한 양명순(여·70) 씨, 유방암을 딛고 항암 치료와 공부를 병행한 김영자(여·71) 씨 등 210명이 졸업장을 받을 예정이다.

양원주부학교 학생 481명도 이날 졸업한다. 양원주부학교는 1953년 피란민을 위해 설립된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시작, 1983년부터는 학업을 재개하는 주부를 위한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양원주부학교 졸업생에게는 초·중학교 학력이 인정된다. 지난해까지 양원초교와 양원주부학교 졸업생은 총 5만5000여 명에 이른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