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만난 사람>“불모지 韓컬링에 헌신한 저의 노력 헛되지 않았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부회장이 20일 강릉컬링센터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 ‘한국컬링 대부’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부회장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 쾌거
비인기 설움 날려 너무 기뻐
국민들 열광적인 응원에 감사

金 부회장, 국내에 최초 도입
남녀 대표팀 창단 주도적 역할
딸은 대표팀 감독, 아들은 선수
온 가족이 컬링으로 똘똘뭉쳐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을 ‘팀 킴’이라고 부른다. 보통 스킵(주장)의 이름을 따 팀 이름을 짓는 게 관례. 게다가 여자대표팀은 스킵 김은정(28)은 물론 김영미(27), 김선영(25), 김경애(24), 김초희(22)까지 모두 김 씨다. 김민정(37) 감독까지. 여자컬링 ‘김 씨 패밀리’의 중심은 김경두(62) 경북컬링협회 부회장 겸 의성컬링훈련원장, 경북과학대 교수다. 김 부회장은 대표팀의 요람으로 꼽히는 경북 의성컬링원 설립에 공헌했고, 이후엔 경북체육회 컬링팀의 감독을 맡았다.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은 그의 딸, 장반석(36) 믹스더블대표팀 감독은 사위, 남자대표팀의 김민찬(31)은 아들이다. 아내 양영선(59) 씨는 2003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 남자대표팀 감독을 맡아 한국 최초의 아시안게임 컬링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그리고 한국 최초로 컬링 국제심판 자격증을 획득한 김경석 심판이 그의 남동생이다. 대표팀 남녀 선수 대부분은 김 부회장이 경북체육회 감독 시절 빚은 작품. 그래서 김 부회장은 ‘한국컬링의 대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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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표팀이 미국을 9-6으로 제압하고 6승 1패가 돼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을 확정 지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김 부회장을 만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컬링붐이 불어닥쳤기에 김 부회장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 부회장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엔 경기장에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정말 많은 관중이 모였고 그래서 입장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레슬링 선수 출신.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김 부회장은 우연히 접한 컬링의 매력에 푹 빠져 1995년 국내에 최초로 컬링을 도입했다. 첫 국내 컬링팀인 경북과학대팀을 꾸렸고, 실업팀이자 남녀 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컬링팀 창설을 주도했다. 고향인 경북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전용경기장인 의성컬링훈련원을 건설하기 위해 경북체육회와 의성군청 등을 설득했고, 2006년 국내 최초의 4시트 컬링장인 의성컬링훈련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컬링을 보급하는 건 쉽지 않았다. 브룸을 빗자루로 오해하고 ‘청소하러 다니느냐’는 핀잔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선수를 육성하는 건 더욱 어려웠다. 컬링이란 종목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

경북 경주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남동생 김경석 국제심판을 꼬드겨 의성으로 옮기게 한 건 ‘신의 한 수’. 김경석 심판이 의성여고에 재직할 때 ‘포섭한 제자가 스킵인 김은정과 리드 김영미다.

김 부회장은 “지금의 여자대표팀 출발은 의성여고 방과후 컬링활동이었다”며 “세컨드 김선영과 서드 김경애는 의성여중에서 컬링을 배웠고 의성여고에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제자들에게 컬링 기술을 전수하면서 인성 또한 강화했다. 김 부회장은 “명상,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멘털 교육을 강조한 덕분인지 위기로 몰려도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김 부회장은 “공부하면서도, 가족끼리 컬링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컬링은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널리 알리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우리는 항상 정상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2003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자대표팀이 금메달, 여자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했고 2007 창춘동계아시안게임에선 남녀 동반 금메달을 차지했다”며 “이 같은 성과는 비인기의 설움에 갇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민적인 관심이 컬링에 쏟아지고 있어 올림픽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제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릉=글·사진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