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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22일(木)
‘청년 CL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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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모든 길은 2030으로 통한다’. 요즘 항간에 나도는 말이다. 불쑥불쑥 터지는 국내 이슈 복판에 늘 청년세대가 있음을 빗댄 유행어다. 젊은이들의 분노 강도에 따라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국무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통령이 장관들을 공개 힐책하기도 한다. ‘가상화폐 발표’ 철회 소동,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급조 여진(餘震), 청년 고용실적 부진 질타가 그런 경우다. 요 며칠 새 불거진 국회의원들의 고액 ‘평창 롱패딩 특혜’ 논란과 법조·문학·연극·교육계 등에서 일고 있는 ‘미투’ 파문 등의 확산 주역도 청년이다.

이들 사안을 관통하는 단어는 ‘공정(公正)’이다. 청년의 ‘역린’과도 같아 건드리면 큰일 난다. 이 어휘에 유독 예민한 청년들은 불공정·갑질·반칙 행위와 맞닥뜨리면 사나운 맹수로 돌변한다. 왜 그런지는 이들의 역정(歷程)을 짚어보면 십분 이해된다.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 불평등의 피해자다.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에게 더 큰 희생을 안기는 신자유주의에 치인 터라 경제적 이해관계에도 매우 민감하다. 자그마한 차이로 생존과 탈락이 갈리는 각자도생·무한경쟁 인생이니 인지상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 청년의 처지를 압축한 보고서를 내놨다. 청년이 ‘5대 절벽(CLIFF)’ 끝에 서 있다는 게 요지다. 취직이 힘들고 창업하더라도 살아남기 어려워 일자리에서 소외돼 있고(out of Collar) 부채는 늘어만 간다(Loan increased). 돈 벌 거리가 없어 가난하고(Impoverished) 쥐어짜기 절약(Frugal)이 일상사가 됐다. 그러니 늘 피곤(Fatigue)하다.

지난해 모 종편 프로에 고정 출연해 주목받았던 인기작가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를 다시 읽었다. 여기서 주인공 청년 백수 민수는 이렇게 신세 한탄을 한다.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토익점수는 세계 최고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 타는 우습고…우리 부모 세대는 저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평생 먹고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우리 모두 실업자인 거야?” 이 물음에 주저 없이 “다 잘 될 거야”라며 청년들을 다독일 수 있는 기성세대가 몇 명이나 될까. 청년의 자아 성찰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인, 관료는 물론 각계 권력층의 통렬한 반성이 먼저다. 청년절벽의 무한책임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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