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방탄은 내 사랑”… 평창 외국선수들 ‘아이돌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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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피겨의 샛별 메드베데바
“엑소 노래로 매일 아침 시작”

스노보드 금메달 클로이 김
“경기시작 전 씨엘 노래 들어”

CNN “K팝이 평창 비밀병기”

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평창 동계올림픽.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알고,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선수들도 있지만, 이미 한국을 ‘오빠들의 나라’로 기억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K-팝으로 한국을 공부한 그들에게 엑소,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 그룹은 또 다른 국가대표나 다름없었다.

김연아가 현역에서 물러난 후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는 엑소의 팬을 자처한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엑소 덕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고 경기도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폐막식 무대에 오르는 엑소는 21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팬이고 많이 사랑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사인 CD도 전해드렸다”고 화답했다.

메드베데바는 자신의 SNS에 엑소의 노래 ‘몬스터’, ‘로토’ 등에 맞춰 빙상 위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리고 자국 인터뷰에서 “엑소의 노래와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역시 은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 출신 알리나 자기토바 역시 “메드베데나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엑소를 좋아한다”고 동조의 뜻을 밝혔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아이스댄스 부문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마이아 시부타니·알렉스 시부타니 남매에게는 방탄소년단이 우상이다. 그들은 자신의 SNS에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의 이름이 새겨진 털모자 사진(사진)을 올리며 “어떻게 이 모자를 전달할 수 있을까”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시부타니 남매의 오빠인 알렉스는 BTS를 자신의 롤모델로 꼽으며 “방탄소년단이 이룬 것들, 그들의 싸움을 존경한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재미동포 클로이 김은 엑소와 함께 폐막식 무대에 오르는 걸그룹 2NE1 출신 씨엘의 팬이다. 그는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인 E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전 씨엘의 음악을 듣는다”며 “씨엘의 음악에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비롯해 경기장 곳곳에서 K-팝이 울려퍼지고, 메달을 딴 평창의 스타들이 한목소리로 K-팝을 외치자 외신들도 이를 주목했다. 미국 CNN은 “K-팝이 평창의 비밀병기”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올림픽을 즐기기 위한 K-팝 입문서’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있었다면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K-팝이 중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한 셈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