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청와대가 있는 북한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이 되기 전까지 산행을 즐겼다는 김 부총리는 “산세가 수려하고 사계절 변화와 특징이 뚜렷한 북한산을 가장 좋아하는데 요즘은 (바쁜 일정 때문에) 국선도와 걷기 운동을 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사교육 의존 안 해도 되도록
공공성 높여 ‘교육正義’추구
학벌주의·서열화 해소할 것
‘지원하되 간섭 않는다’ 원칙
초·중등 국가책임 강화하고
고등교육기관은 자율성 확대
외고·자사고 폐지하는 과정
부작용 우려 목소리 잘 알아
각계 의견 수렴해 조율될 것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스타일이 상당히 변한 모습이다. 교육감 시절 현안마다 정면돌파를 택하면서 강경한 원칙론자로 유명했던 그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총장 등의 경력도 이 같은 이미지를 뒷받침했다.
험난한 시절 고군분투했던 여느 민주화 운동가들과 유사하다. 그런데 부총리 직함을 가진 뒤에도 이런 수식어가 유지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융통성을 발휘하고 갈등은 가급적 줄이면서 협상의 여지를 좀 더 많이 두고 있다고 할까. 좋게 말하면 부드러워졌다고 볼 수 있고, 흠을 잡고자 하는 쪽에서 보면 원칙의 후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어떻든 김 부총리는 그 중간 범위에서 사안에 따라 다양한 편차로 클릭을 조정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은 원칙에 더 가까이 있지만, 유연한 원칙론자 정도가 현시점에서 적당해 보인다.
여러 부처의 협업을 이끌고 갈등을 풀어내야 하는 사회부총리 역할을 맡았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여론의 질타가 가해지면 교육철학이나 소신과 좀 다르더라도 그는 후퇴했다. 취임 후 8개월 가까이 되는 현재까지 벌써 수차례의 풍파를 겪으면서 양보할 것 같지 않던 정책의 궤도를 수정했다. 예전에는 못 보던 모습이다.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 유예,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보류, 자립형 사립고·외국어고 폐지 시점 연기 등이다.
김 부총리는 스스로 이들 현안은 “국민과의 호흡이 결여돼 빚어졌던 문제”라고 평가했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도 밖에 있다가 장차관이나 청와대 참모로 들어와 ‘오서독스(orthodox·정통)’ 수식어를 뗀 사람이 여럿 있다. 이상을 일거에 실현할 만큼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직시한 때문이다. 이상을 뒷방 장롱에 잠시 보관한 채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던 각료도 더러 있다.
20일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한 김 부총리에게서도 이상과 현실의 조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교육철학자의 모습이 엿보였다. 정부서울청사 8층 교육부 장관 집무실에서 80여 분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김 부총리는 “국민과의 소통과 협력”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가 얼마 전 국민참여정책숙려제를 도입한 이유다. ‘교육 정의’ ‘교육의 공공성 확대’ ‘교육 양극화 해소’ ‘교육의 국가책임제 확대’ 등의 원칙을 강조하는 가운데도 방법론상의 보완점이나 다른 가치에 중점을 둔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인재 교육, 수월성·창의성·융합 교육의 조화, 하향 평준화에 대한 우려 해소 필요성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을 놓고 벌어진 극심한 논란을 의식한 듯 김 부총리는 말 한마디마다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뺀 ‘민주주의’ 표현을 놓고 벌어진 갈등에 대해 김 부총리는 “불필요한 국민 갈등과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고 오해를 없애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취지로 사태 해결을 전망했다. 그는 “현재 연구진의 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말 한마디가 자칫 신호로 받아들여질까 조심스럽지만, 이것이 일종의 기준선이라면 기준선”이라고 밝혔다. 사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돼 왔던 터이다. 대한민국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비화했다. ‘민주주의’라고만 표현할 경우 이념별 지향에 따라 어떤 그룹은 사회민주주의를, 다른 그룹은 인민민주주의를, 또 다른 그룹은 자유민주주의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저마다의 주장을 펴고, 끝도 없는 이념 갈등의 씨앗을 잉태한다는 점에서다. 김 부총리는 “연구 검토 과정에서는 다양한 논의와 소통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갈등이 생기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도 너무 섣불리 예단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김 부총리가 해결해야 할 교육현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념 갈등 외에도 각 집단의 이해관계, 여러 부처와의 정책 충돌 등이 얽혀 있어 쉽지 않은 문제들뿐이다. 수두룩하게 쌓여 있는 교육과제는 그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교육철학이 무엇인지를 짚지 않고서는 전체 윤곽과 흐름이 잡힐 것 같지 않아 대뜸 첫 질문으로 던졌다. 토대를 알아야 상부구조가 보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의 교육철학은 무엇입니까.
“기본적으로 ‘교육 정의’가 살아 있는, 사람 중심의 행복한 미래 교육입니다. 교육복지와 민생을 기반으로 공정한 교육을 세워 나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고속성장을 거듭한 기반은 교육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인정되고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계에 달했고 교육방향이 과거 지향적인 가치로 변모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교육의 가치와 비전 제시가 필요합니다. 이는 교육의 기회균등이나 교육 정의 또는 평등입니다. 태어나서 고등교육이 끝날 때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이게 일차적 사안입니다. 그다음 사교육 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왜곡된 유치원·초·중·고등 교육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고등교육도 온 국민이 고통으로 느끼는 학벌주의나 서열주의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최고의 교육복지는 교육격차를 줄이고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로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공공성을 높여야 합니다. 사회와 소득의 양극화, 이게 교육의 양극화로 전이돼 있고 거꾸로 교육의 양극화가 소득·사회의 양극화를 재규정하고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제 소신은 분명합니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아이의 교육 수준을 결정하는, 정의롭지 못한 방식의 특권교육을 반대하고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 정의, 교육 공공성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가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해야 하는데 그 경우 또 다른 중요 가치인 자유·자율과 충돌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외국의 경우 이미 전통적 의미의 학교와 캠퍼스가 사라지고 교육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교육이 확산하고 있는 추세도 놓치고요.
“문재인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중등교육은 의무교육인데 지방분권을 통해 교육자치를 더욱더 강화하면서 국가의 책임 아래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반면 고등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은 교육부의 직접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게 아니라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형태로 발전해 왔습니다. 대신 고등교육 기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죠. 외국 대학이 누리는 자유나 자율처럼 우리도 그렇게 자율성 확대로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국민이 느끼는 학벌주의·서열주의 문제,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을 완화시키고 해소하는 게 필요합니다.”
―사실 대학 자율을 얘기하면서도 그동안 돈으로 줄 세우기 정책을 펴온 데 대해 대학의 불만이 많습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의 자율성 강화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대학 재정지원사업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대부분 목적형 재정지원, 프로젝트 베이스로 지원해 왔는데 문제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대학도 바쁘고, 교수도 평가 준비를 하느라 교육과 연구에 몰두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있었죠. 목적형 재정지원도 필요하지만 일반재정지원으로 상당히 전환하자는 방향을 정해 이에 필요한 평가방식도 지난해 말 바꿨습니다.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고 기본역량 향상을 위해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일반재정지원사업과 특수목적지원사업으로 개편했습니다. 대학의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연구와 산학협력으로 단순화했죠. 앞으로 대학이 스스로 작성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재정 집행의 자율성을 가지고 혁신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일반재정지원사업 규모 확대와 함께 고등교육 재정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대학은 갈수록 재정이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향후 5년간 일반재정지원으로 매년 2조8000억 원의 교부금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고등교육재정지원법’ 제정을 건의했는데 정부는 수용합니까.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에 따른 대학의 어려운 재정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연차적으로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를 확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0.95% 수준으로 여전히 OECD 평균 (1.1%)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교협의 건의처럼 법 제정을 통한 고등교육분야 재정지원 확대와 대학의 재정 집행 자율성 증대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교부금 방식의 재정지원은 부실사학 퇴출문제 등 대학 구조조정 필요성과 상충합니다. 정부 재정의 경직성 초래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또 전반적으로 학교 입학 정원을 줄여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를 그동안에는 구조개혁평가를 통해 했는데 현재 구상은 기본역량진단을 통해 40% 남짓만 조절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방식으로 가고자 합니다. 시장에 맡기면 대학이 정원을 못 채우는 것을 보면서 자율적으로 조정하지 않겠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너나 할 것 없이 교육부에 쏟아내는 주문과 충고, 비판도 많다. 교육부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지도 짚어 봤다. 특히 시점은 좀 미뤄졌으나 결국 폐지로 나아가는 특수목적고·자사고·외고 존치 문제와 관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월성·창의성 교육과 국가적인 우수 인재 양성이 무시되고 획일적인 평준화로 인한 학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걱정이다. 교육문제가 난데없이 부동산 정책의 정당성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그동안 강북에도 우수한 양질의 거점 학교가 산재해 강남 집값 폭등을 제어하는 장치로 기능했는데 자사고·외고 폐지 시 이런 순기능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현 정부의 내신 절대평가제·고교학점제로 강남 특구 학생만 이득을 본다면 교육 양극화 해소에 오히려 역행할 가능성도 많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정부서울청사 집무실 책상 뒤에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라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김 부총리가 문재인 대선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때 교육의 국가 책임과 공공성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자사고·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 방침과 관련해 결국 10개의 좋은 학교가 강남 지역 한 곳에 집중하는 방식보다는 100개의 좋은 학교가 강남·북, 나아가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으면 여러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지 않습니까. 수월성 교육 수요도 감당하고 미친 강남 집값도 억제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적 인재를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많은데요.
“외고·자사고·국제고·특목고 육성 취지를 초기에는 국민이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과학고·예체능고를 제외하고 외고와 국제고는 설립 목적 및 취지와 달리 대학 입시기관화한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외고는 설립 목적인 어문계열로 가는 학생 수가 32%, 국제고는 18%밖에 안 됩니다. 과학고는 92%가 자기 계열로 가고 예체능은 97%가 갑니다. 대입준비 고교처럼 변질되니까 일반고는 더욱더 차별을 받습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전국적인 여론 속에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전국에 좋은 학교를 사전 지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평준화를 통해 모든 지역의 학교가 골고루 발전하게 한다는 목표가 중등교육의 핵심입니다. 또 교육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통상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강남지역의 전·월세 가격은 안정적입니다. 매입자의 60% 이상이 지역 주민임을 고려할 때 자사고 등 고입 동시 선발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아직 자사고·외고 동시 입시 실시 등 정책 1단계만 진행됐고, 앞으로 완전 폐지로 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요.
“그럴 수도 있죠. 이미 동시 입시 실시만 놓고도 일부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데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이 문제는 앞으로도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과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공고히 해 나가겠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가 외고든 국제고든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수요가 있어 선택한 측면도 있지 않나요. 입시로 변질되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그건 아닙니다만, 고교 내에 서열화가 명확하게 나타나고 일반 고등학교처럼 하면서 입시전문고등학교로 변질되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실제 경쟁사회에서는 일반고 체제로 유지해도 학교 운영에 따라 기본적 격차는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좋은 학교, 학부모들이 꺼리는 학교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학부모나 학생의 선택에 의해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고 중 좋은 학교가 거의 모두 강남에만 몰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냥 유지하거나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병행할 가능성은 없나요.
“지금까지 상황은 그렇게 강남에만 몰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존치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올해 하반기 국가교육회의에서 이해관계자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그런 부분까지 논의해서 할 겁니다. 회의에서 나온 결정은 교육부도 존중한다는 입장입니다.”
―국가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창의성 교육의 길은 더 많이 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고속 산업화 시대에는 대량생산 필요성에 걸맞은 교육을 할 수밖에 없어 찍어내기 교육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각자의 소질과 소양에 따라 교육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과 소통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선 초·중학교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화하고 심미적 감성, 예술적 소양,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단계에서는 학생참여형 수업, 진로탐색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 운영하고, 고교 단계에서는 학점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해 학생이 스스로 진로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고교학점제는 2022년까지 전면 도입을 목표로 1단계로 연구선도학교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본적 필수과목은 있지만, 진로선택 등과 관련해 학생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과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런 식으로 초·중등교육을 계속 정상화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성, 소통, 협력, 융합 능력을 갖추는 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수업 방식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참여 모둠학습, 프로젝트 학습, 거꾸로 학습으로 바뀌고 있는데 아이들의 소질과 소양에 따른 자기 적성을 본인들이 찾아 나가게 하고자 진로교육도 점차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이 스스로 여건과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핵심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우선 올해부터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10개 교를 지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구성원의 자질을 길러내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고 치열한 세계 경제전쟁 속에서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한 조치는 여전히 교육부로부터 시원한 답을 듣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왕도가 없더라도, 기회균등과는 다른 특별한 조치가 있어야 할 듯한데 김 부총리가 보다 많이 중점을 두는 가치는 교육 정의에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등교육까지 자유로운 교육은 그렇게 폐단만을 낳을까. 사실 김 부총리가 ‘국민과의 호흡 부족’ 정책사례로 꼽았던, 최근 일선 교육현장에서 뜨거웠던 이슈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방안’에 담았다가 학부모 반발에 직면한 뒤 보름여 만에 철회, 1년 유보 방침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대부분 국민이 사교육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모르지 않으나 국가가 너무 시시콜콜하게 ‘하라, 하지 말라’ 통제하지 않고, 초등학생이든 유아든 차라리 학부모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는지 궁금해 물었다. 금지 리스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또 김 부총리가 강조하는 “개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키워 나가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너무 이상적인 욕심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런 질문에 대한 그의 우려는 분명했다. 그렇잖아도 심각한 교육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는 걱정이다.
“우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입니다. 초·중등의 경우 양극화로 인해 차별화돼 있는 학생들이 기회균등하고 공정하게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게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 영어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면서 추진했는데, 그때 여러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끝에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와 박근혜 정부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을 통해 실시했습니다. 이 같은 국가의 책임성을 바탕으로 지방 교육자치 강화를 통해 자유·자율의 가치를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습니다. 시·도교육감의 권한을 강화하긴 하지만, 사실은 학교 중심의 거버넌스, 즉 교원과 학생·학부모·주민 관계 당사자의 거버넌스가 중심이 돼 학교가 운영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기본적으로 대학과 초·중등과의 매개는 입시가 하는데 초·중등교육이 정상화하려면 입시 자체를 그걸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게 필요합니다. 결국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문재인 정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러려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과정이나 생활 과정에서 양극화와 차별화, 이런 것들이 극소화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놓고 보수·진보 간 심각한 갈등을 홍역처럼 되풀이해 겪고 있습니다. 국가 교육시스템이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흐른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논란을 해소할 복안이 없나요.
“역사교과서가 더 이상 정치화돼서는 안 됩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정치적 이념 갈등은 이제 종식돼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어른이 역사교과서를 이념 대립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교육부 수장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국제적으로 교과서는 인증제와 자유발행제가 기본적인 방향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방향으로 진전돼 왔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여론에 역행해 강행, 상당한 왜곡이 발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겠다고 한 뒤 기본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했고 현재 연구진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연구진 생각의 일단이 제시돼 문제 제기가 나왔는데, 앞으로 종합 정리한 뒤 평가원이 보완해 교육부에 제출하면 우리는 학계의 중론과 국민의 생각까지 포괄해 교육과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 됩니다. 첫 단계에서 나온 얘기를 갖고 예단하는 면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각계각층이 생각하는 ‘민주주의’ 개념이 달라 ‘자유’를 삭제할 경우 논란의 여지가 큰 만큼 현행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유지하면 논란이 없지 않을까요. 부총리 말씀은 교과서 문제로 인한 국론 분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맞나요.
“저는 교육부 장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명을 할 경우 (연구진과 평가원이) 자칫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저희는 학계의 중론과 역사적으로 어떻게 쓰였는가를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안이 오면 최종안을 고민할 예정입니다. 연구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필요 이상의 갈등과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일종의 기준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없애는 방향으로 그렇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부총리는 ‘왜 스타일이 그렇게 많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자평을 구하자 “아무래도 국가 차원에서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기 때문에 깊이가 더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인터뷰 = 김상협 사회부장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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