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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6일(火)
딸 잃은 엄마의 분노, 오스카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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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딸 살인사건 손놓은 경찰 향해
울분 터뜨리며 절절한 감성연기
‘분노는 분노를 낳는다’ 메시지

골든글로브 이어 오스카 품고
“후보여성들 모두 스토리 있다”


영화 ‘쓰리 빌보드’(감독 마틴 맥도나·사진)에서 강인한 캐릭터를 개성 있는 연기로 표현해낸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제9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 1997년 ‘파고’로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그는 20년 만에 두 번째 영예를 안았다.

맥도먼드의 이번 수상은 많은 영화 관계자가 사전에 예상했다. 그만큼 ‘쓰리 빌보드’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이 영화에서 끔찍한 사건으로 딸을 잃은 엄마 역을 맡은 그는 분노를 누르지 못하고 터뜨리면서도 회한에 젖어 자신을 돌아보고, 유머도 잃지 않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강단 있는 표정과 강렬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영화 속 인물의 절절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국 미주리주 허구의 마을인 어빙에 사는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는 7개월 전 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었다. 무능한 마을 경찰은 범인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이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간다. 집 앞 도로를 지나던 밀드레드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3개의 대형 광고판을 보고, 뭔가를 결심한다. 광고판 관리 업체를 찾아간 그는 한 달치 사용료를 내고, 세 가지 문구를 제시한다. 다음 날 광고판에 각각 “내 딸이 강간당하며 죽었다” “그런데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경찰서장 월러비” 등의 문구가 붙는다. 이 광고판이 언론에 의해 마을 주민에게 알려지자 난처해진 월러비(우디 해럴슨) 서장과 그의 부하 딕슨(샘 록웰)은 밀드레드를 찾아가 광고를 내려달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밀드레드는 강경하게 버틴다. 그러던 중 월러비 서장의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자 밀드레드의 슬픔에 공감하던 마을 주민들도 밀드레드에게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한다. 경찰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밀드레드를 압박하고, 그럴수록 밀드레드의 의지는 더욱 강해진다.

대략의 줄거리를 보면 딸을 잃은 엄마의 처절한 복수극이 연상되지만 영화는 블랙코미디 톤으로 가볍게 전개된다. 영화 속 인물 중 누구를 욕하고, 누구 편을 들기가 애매하다. 밀드레드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의 과격한 행동을 마냥 지지할 수 없다. 두 딸의 아빠인 월러비 서장도 나름 사정이 있고, 공권력을 남용하며 악행을 저지르는 딕슨도 천성은 착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노’다.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감정을 걸러내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출한다. “분노는 분노를 낳는다”는 대사가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다.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나올 때쯤 묵직한 느낌이 서서히 올라온다.

맥도먼드를 비롯해 모든 배우의 연기 조합이 영화의 맛을 잘 살려준다. 딕슨 역의 샘 록웰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다른 조연과 단역까지 모두 자기 색깔을 내며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앞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나와 함께 후보에 오른 여배우들에게 테킬라를 쏘겠다”고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밝힌 맥도먼드는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고는 “오늘 각 부문에 후보로 오른 여성들은 모두 일어나달라”고 제안한 뒤 “우리 모두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포용이 옳은 길이다”라고 말했다.

‘쓰리 빌보드’는 오는 15일 국내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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