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폭행’ 파문>“페미니스트라고 알려졌었는데… 배신감 더 커”

폭탄맞은 충남도청 공무원들
“이런 자가 지사였다니” 격앙
행정부지사, 브리핑서 사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여성 정무비서(6급) 성폭행 폭로로 충남도가 발칵 뒤집혔다. 도청 공무원들은 “이런 사람이 도지사였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고, 충남 홍성읍 도지사 공관에는 성난 주민의 야구방망이가 날아드는 등 도민의 분노와 항의가 잇달았다. 충남도는 이날 안 지사 사퇴에 따른 도정 공백을 막기 위해 아침부터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6일 충남 홍성군 홍북면 충남도청 공무원들은 사무실에 나와 심란한 표정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소식을 주고받는 등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직원은 “어젯밤 관련 뉴스를 봤는데,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싶었다”며 “8년 동안 줄기차게 인권과 도덕,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살았고, 대통령까지 도전했던 지사가 부하 여직원에게 그런 짓을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여직원에게 인기가 많았던 안 지사였던 만큼 성 추문에 대한 여직원들의 충격은 더 컸다. 한 여직원은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 페미니스트라고 알려진 안 지사인 만큼 여직원들은 배신감이 더 클 것 같다”고 전했다.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 씨가 전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또 다른 가해자’와 ‘또 다른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도 증폭하고 있다. 도청에선 피해 여성이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조만간 추가 폭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안 지사가 외부에서 데리고 온 정무직 직원들이 기존 행정직 직원과 교류하지 않고 그들만의 ‘이너 서클’을 형성하며 근무해왔기 때문에 파악이 쉽지 않다”며 “자발적인 추가 피해 신고가 접수돼야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의 경선캠프서 일하던 김 씨가 지난해 6월 수행 비서로 채용됐을 당시 이를 막지 못한 도청 인사 책임자 등에 대한 뒤늦은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24시간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자리에 젊은 여성을 배치할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안 지사의 성폭행 행위에 격분한 한 시민은 이날 안 지사가 생활하던 관사에 야구방망이를 던져 유리창을 부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쯤 홍성군 홍북읍 용봉산 자락에 있는 충남도지사 관사에 A(37) 씨가 야구방망이를 던져 현관 유리창을 깼다. 경찰에 체포된 A 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알려졌으며 “안 지사가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한편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브리핑을 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행정부지사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안희정 도지사의 사퇴서가 수리되면 제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아 도정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며 “도청 조직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여 직원들과 일해왔던 만큼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전 직원 모두 경각심과 책임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홍성=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