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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7일(水)
“출전하느라 수업일수 모자란 성빈이에게 F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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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썰매를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한평생 썰매 외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

루지·스켈레톤·봅슬레이
세계서 선수론 유일하게 섭렵
평창올림픽 해설위원 참여
‘가!가!가!’로 갓광배 별칭

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장’
강원도청 썰매팀 창단 주도
스포츠 행정가로도 큰 성공

드라마틱한 내삶 영화 준비중
먼저 개봉한 ‘국가대표’ 대박
‘지금은 때 아니다’ 제작 포기

평창올림픽서 ‘꿈’이뤄져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인 듯
앞으로의 발전은 젊은세대 몫
이젠 여자 재목도 찾고 싶어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 루지 남자 싱글 31위,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스켈레톤 20위,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스켈레톤 25위,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19위. 강광배(45) 한국체대 교수가 남긴 성적이다. 초라하지만 4차례 동계올림픽을 통해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을 ‘섭렵’한 건 강 교수뿐이다. 그리고 강 교수는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소원을 이뤘다. 제자인 윤성빈(24·강원도청)이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원윤종(33), 김동현(31), 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 서영우(27·경기연맹)가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선수 시절 멀게, 낯설게 느껴졌던 시상대에 제자들이 오르는 걸 보면서 강 교수는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렸다.

강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TV 중계방송 해설위원으로 시청자와 팬들에게 알기 쉽게 썰매 종목을 설명하는 한편 제자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힘찬 목소리로 응원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뼛속까지 ‘썰매인’인 강 교수의 자세하고 정확한 해설, 그리고 선수들이 스타트할 때마다 외치던 ‘가!가!가!가!’로 그에겐 ‘갓광배’란 별칭이 따라붙었다. 팬들은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가 넘친다”며 강 위원을 극찬했다.

5일 강 교수를 만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한국체대로 갔다. 학교 건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중 강원도청 소속 윤성빈이 4학년으로 ‘표기’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윤성빈은 여전히 한국체대 학생이다. 강 교수는 멋쩍게 웃으며 ‘제 탓’을 강조했다. 비시즌일 땐 선수촌에서 땀을 흘리고, 시즌 중엔 국제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강의 출석 일수가 부족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애지중지하는 제자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한 훈련과 실전 때문에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강 교수는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했다.

“제가 F 학점을 주는 바람에 성빈이가 이수학점을 다 채우지 못해 졸업을 못 했습니다. 2000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유학할 때였습니다. 큰 국제대회에 나가게 돼 지도교수를 찾아가 2주간 수업을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죠. 그랬더니 그분이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을 축하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고, 다음 학기 재수강하면 보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수로 대회에 참가하는 건 축하할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출석 일수 모자라고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걸 봐줄 수는 없다는 얘기였어요. 순간 당황했지만, 학생은 그 어떤 이유로도 공부를 등한시할 순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제 삶의 원칙 중 하나가 됐죠. 전 그 원칙을 성빈이뿐 아니라 썰매부 학생들에게 똑같이 적용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가 2012년 체대 입시를 준비하던 고교생 윤성빈을 발굴한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윤성빈은 신림고 재학 중 김영태 교사의 추천으로 대표선수 선발전에 참가했고, 당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강 교수는 윤성빈을 발탁했다. 그런데 두발 상태, 문신 등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강 교수의 눈에 윤성빈의 긴 머리카락이 거슬렸다. 둘 사이에 ‘신경전’이 펼쳐졌고, 승자는 스승이었다.

“첫 대표 선발전에서 윤성빈을 뽑지 않았어요. 그런데 김 선생님이 ‘저 친구에게 꼭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하시는 거예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친구인데,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고, 가정 형편이 좋은 편도 아니라 정이 많이 간다더군요. 저도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터라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성빈이를 다시 보내라고 전했어요. 대신, 그 장발은 꼭 자르고 오라는 말을 덧붙여서요. 성빈이가 머리를 계속 자르지 않고 와서 몇 번 지적했는데 어느 순간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나는 거예요. 그때 ‘아, 이 친구가 마음을 잡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성빈이는 제 기대만큼 성장했어요.”

강 교수는 1995년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스키를 포기했다. 미련을 벗어던질 생각이었는데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루지에 입문했다. 나가노동계올림픽 직후였던 1998년 6월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지만, 그해 11월 훈련 도중 십자인대가 다시 파열돼 루지 대표팀에서 밀려났고 지원금도 받을 수 없게 됐다. 낙담하고 있을 때 지도교수가 무릎에 무리가 덜 가는 스켈레톤을 소개했고 다시 종목을 바꿨다.

“루지도 마찬가지였지만, 당시엔 스켈레톤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다고 하더군요. 다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루지경기연맹에 연락해 스켈레톤을 하겠다고 얘기했고, 당시 김영호 사무국장이 나서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루지연맹이 대한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으로 확대 개편되도록 임원들을 설득, 저를 계속 선수로 남게 해주셨거든요. 물론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가입비는 대주시지 못해 제 사비로 가입을 했어요.”

강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개최에 힘을 보탰다. 스켈레톤 선수로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강 교수는 그해 6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러나 이듬해 열린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투표에서 평창은 캐나다 밴쿠버에 밀려 탈락했다.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가려고 하자 방재흥 당시 유치위원회 사무총장이 “한 번 더 도전해보자”며 그를 붙잡았다. 강 교수는 다시 유치위원으로 활동했지만 평창은 2007년 또 한 번 쓴잔을 마셨고, 2011년이 돼서야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강 교수는 유치 이후부터 2015년까지 조직위원회 스포츠 디렉터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003년 제가 한국에 남게 되면서 방 총장께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국가에 썰매팀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니 팀을 만들자고 요청했고 그해 강원도청 썰매팀이 창설됐습니다. 김진선 당시 강원지사께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죠. 수영강사로 일하던 이기로(나가노동계올림픽 루지 국가대표)를 끌어들여 둘이서 강원도청 썰매팀을 꾸렸습니다. 루지는 이기로가, 스켈레톤은 제가 하면 됐죠. 그런데 강원도청이 봅슬레이팀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둘이 루지와 스켈레톤은 물론이고 봅슬레이 2인승까지 꾸렸어요. 유학 시절 봅슬레이를 재미 삼아 해본 적이 있기에 완전 문외한은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유럽 트랙에서 주행하면서 자주 부딪히고, 뒤집혔죠. 1000유로(약 132만 원)를 주고 일주일간 빌렸던 2인승 썰매를 반납하면서 수리비로 3000유로를 줬거든요. 2007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을 때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국가에 연습장조차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졸라 스타트 훈련장을 조성했어요. 2010년 완공된 스타트 훈련장에서 처음으로 선발전을 치러 발탁한 봅슬레이 국가대표가 원윤종과 서영우예요. 그 친구들을 데리고 온 이가 평창동계올림픽 4인승 은메달 멤버이자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저와 함께 봅슬레이에 출전했던 김동현이죠. 김동현을 발굴하는 데는 여인성 연세대 교수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강 교수는 2010년 9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의 최연소 부회장으로 당선돼 스포츠 행정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2012년엔 한국체대에 썰매부를 창단, 후진을 양성했다. 국내 하나뿐인 대학 썰매팀이며 국가대표와 상비군 총 15명이 소속돼 있다. 강 교수의 드라마틱한 삶이 주목을 끌면서 강 교수는 TV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했고 영화사에서 ‘영화화’ 제의까지 받았다.

“2008년이었나, 유명 영화사들이 자주 찾아왔는데 민인기 오브젝트필름 대표와 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여러 편 받았을 만큼 영화화가 꽤 진척됐었죠. 그런데 2009년 스키점프를 주제로 한 영화 ‘국가대표’가 개봉되더니 ‘대박’이 났어요. 우연의 일치였는지 저희가 제작하던 영화의 가제목도 ‘국가대표’였거든요. 그 영화가 큰 인기를 누리자 민 대표께서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해 엎었습니다. 민 대표께서 미안해하면서 ‘달리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묻길래 유소년 썰매 지원을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본인께서 이사장으로 있던 휘문고에 썰매팀을 창단했습니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왔을 텐데, 진학 문제 등이 해결되지 못해 결국 팀이 없어졌죠. 민 대표와 그때 썰매에 입문했던 친구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획득하면서 한국 썰매는 이제 세계적으로 그 수준을 인정받았다. 모두가 안 된다고 외면했을 때, 강광배는 ‘하면 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썰매 스포츠에 정진했다. 개척자 강광배가 있었기에 올림픽 썰매 무대에서 태극기가 나부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제 ‘바통’을 넘기려고 한다. 한국 썰매의 자양분으로써 결실이 맺히는 걸 확인했고, 앞으로의 발전은 젊은 세대의 몫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물론 뒤에서 조용히, 소리 없이 지원할 작정이다.

“원하던 모든 것이 이뤄지는 걸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봤으니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용 총감독, 조인호 코치 등 훌륭한 지도자들이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윤성빈과 원윤종을 비롯해 정상급 선수 자원도 어느 정도 확보됐고요. 이세중 SBS 해설위원, 곽송이 MBC 해설위원 등 관련 전문가 풀도 갖춰졌습니다. 이제 제가 아닌 이 친구들의 시대가 열릴 겁니다. 이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윤성빈이 어디 숨어 있나’ 찾아다니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습니다. 그동안 좋은 남자 선수가 많이 나왔으니, 이번에는 훌륭한 여자 재목들을 찾아보고 싶어요. 평소 배워보고 싶었던 목공예도 배워가면서요.”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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