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에 산악구조 시키고 일당 2만원… ‘실버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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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 200명 공모
구조·조난수색 등 위험한데
자원봉사자 형식으로 선발
교통비·식대 충당하기도 빠듯
“정부가 날로 먹으려 해”비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은퇴자들에게 산악 구조 같은 위험한 업무를 맡기면서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에도 못 미치는 활동비를 지급하기로 해 ‘열정페이’(젊은이들의 ‘열정’을 악용한 저임금 노동을 지칭하는 신조어)에 이어 ‘실버페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단 측은 이 정도 활동비만으로도 자원할 어르신들이 많고 보험에 가입해 주기 때문에 별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헐값’에 노인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이 따갑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8일 △생태정보발굴단 △콘텐츠발굴단 △국민기자단 △마을지원단 △국민구조단 등 5개 분야에서 200명 규모의 ‘명예 레인저’를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순업무에 종사하는 일반 자원봉사자와 달리, 공단직원이 하는 정식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각 분야 선발 인원 자격 기준이 정직원 모집 못지않게 높은 ‘스펙’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기자단의 경우 ‘카드뉴스·UCC·라이브방송’ 제작이 가능해야 하며 전직 방송종사자를 우대한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보수는 ‘회당 2만 원’(피복 지급·1년 100시간 이상 근무)에 불과하다. ‘실버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급기관인 환경부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 ‘기간제 홍보전문위원’이 월 216만 원(직급보조비·정액급식비 별도)을 받는 것과 대비된다. 인터넷 포털에는 “정부가 날로 먹으려 한다” “열정페이는 남녀노소를 안 가린다”는 등의 비판 댓글이 오르고 있다.

특히, 이들이 투입되는 업무에는 현역들도 하기 위험한 업무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모집 분야 중 ‘국민구조단’의 경우 모집 대상이 ‘암반 등반이 가능한 산악 전문기술 보유자’로, 향후 ‘구조·조난 수색’에 투입될 예정이다. 구조 활동 과정에서 자칫하면 명예 레인저들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단 관계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할 계획”이라며 “명예 레인저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고 우리는 그분들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노인 일자리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노인 일자리 질적 저하를 방지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 보수를 최저임금이나 물가에 연동해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