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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와 나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9일(金)
“보기 플레이어로 만족”… ‘高手 스트레스’ 사양하는 ‘명랑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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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남 원장이 지난 3일 제주시 서광로 탑성형외과 건물 옆 휴게 공간에서 스윙으로 몸을 풀고 있다.
이호남 제주 탑성형외과 원장

싱글·언더 실력 유지하려면 피곤
골프를 즐기되 매달리진 말자…
연습도 않고 1주 한 번꼴 필드
호쾌한 드라이버 치는 맛이죠

구력 15년에 80打가 베스트
홀인원·이글 등 기록도 없어
한때 ‘ㄱ’자 슬라이스로 고생
깎아치지 말라 훈수 듣고 고쳐


이호남(48) 제주시 탑성형외과 원장은 지독한 슬라이스 구질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 원장은 골프의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호쾌한 드라이버 샷’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시 서광로 제주종합경기장 인근 대로변 아담한 2층짜리 단독 건물에 자리한 탑성형외과에서 지난 3일 이 원장을 만났다. 3년 전 이 원장이 손수 지었다. 이 원장은 병원 건물 옆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시간 날 때마다 골프채를 휘두르곤 한다.

이 원장은 “제주의 강한 햇빛 탓에 40∼50대 중장년층 피부 트러블 환자, 70∼80대의 노령층 피부 수술 환자가 많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이 골프에 입문한 것은 15년 전 공중보건의 시절이다. 이 원장은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뒤 2002년부터 전북 고창 보건지소에서 1년 남짓 근무했고 남원의 공공병원으로 옮겼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던 이 원장을 눈여겨본 병원장이 골프를 권유했다. 싱글핸디캡의 골프 마니아였던 병원장은 이 원장의 코치를 자청했다. 이 원장은 연습한 지 사흘 만에 인근의 옥과CC에서 첫 라운드를 경험했다. 이후에도 원장과 함께 몇 차례 라운드했고, 선배 의사들이 자리를 비우면 ‘대타’로 골프장을 다녔다. 이 원장은 원래 낚시를 좋아했다. 쉬는 날 비가 오지 않으면 낚시를 즐겼었다.

이 원장은 아무런 연고도 없던 제주로 2005년 내려와 개업했다. 이 원장은 제주로 내려오기로 마음먹었으면서도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고, 안정제를 먹고 나서야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소공포증 탓이다. 이 원장은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다. 여권도 없다. 제주로 내려온 후 10여 년 동안 제주 밖으로 나간 적도 거의 없다. 육지에서 골프를 한 적도 없다. 그러니 친구, 지인들이 그를 만나러 제주로 내려왔다. 한동안 친구나 지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런데 이 원장은 공휴일을 빼고 진료에 매달리기에 주 1회 라운드도 빠듯하다. 친구들은 이 원장의 업무 스타일을 잘 알기에 따로 골프를 즐겼고 이 원장은 퇴근 후 그들의 저녁 뒤풀이 때나 나타났다. 이 덕분에 예전보다 제주를 찾는 친구들이 뜸해졌다.

이 원장은 제주에 정착한 뒤 골프채 대신 낚싯대를 더 자주 잡았다. 학창시절 악기를 다뤘던 이 원장은 또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이후 지역 의사들과 친분이 쌓이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그를 골프장으로 ‘호출’하는 날이 많아졌고, 골프모임에 가입했다. 제주 지역 골프장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어 종종 그들과 함께 어울렸다.

이 원장은 아직 이렇다 할 기록이 없다. 70대 스코어도, 홀인원이나 이글도 없다. 이 원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80타. 지난해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처음 81타, 그리고 1주일 후 같은 곳에서 80타가 나왔다. 몇몇 선배가 이곳의 회원이어서 자주 초대받은 덕분에 익숙한 코스였지만, 그동안엔 80대 후반에서 90대 중반 정도였다.

이 원장은 드라이버 슬라이스가 워낙 심해 ‘ㄱ’자로 휘어지기 일쑤였다. 비거리는 180m에 불과했다. 휘어질 것을 염려해 어드레스 때부터 왼쪽을 보는 ‘오조준’ 타법으로 쳤다. 동반자들이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하라, 저렇게 치라는 등 훈수를 많이 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레슨프로 친구를 만나 스윙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백스윙이 급하고, 다운스윙은 클럽이 밖에서 안으로 급격히 들어오면서 ‘깎아 치는’ 버릇이 있었던 것. 교정하자 달라졌고, 지금은 드라이버 샷을 200m 이상 보낼 정도로 좋아졌다. 이 원장은 “이제는 동반자의 훈수도 귀담아듣는다”면서 “알게 모르게 실력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슬라이스로 인해 손해 본 거리를 정확도 높은 아이언으로 만회해온 이 원장의 골프백에는 우드는 물론 하이브리드나 유틸리티 클럽이 없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뿐이다. 그런 만큼 롱아이언을 잘 다루는 편. 3번 아이언으로 180m 이상을 보낸다. 이 원장은 아이언 샷만큼은 든든하게 신뢰한다. 그린을 놓쳐도 8∼9번으로 굴려 핀에 붙인다. 퍼팅감이 좋고, 특히 3퍼트가 없을 만큼 거리 감각이 뛰어나다. 골프 모임에서 우승이나 메달리스트 등 본상을 한 번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아이언 샷이 좋아 ‘니어리스트’ 상은 몇 차례 받았다.

이 원장은 “손에 미세한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성형외과 전문의이다 보니 무리하게 근력을 키우는 운동은 자제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주말에 딱 한 번 골프장에 가 머리를 식히는데 연습까지 하고도 안 맞으면 스트레스 더 받을 것 같아 연습장에 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퍼팅 연습을 위해 퍼팅 매트를 구입했지만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이 원장은 “골프 욕심은 없다”며 “지금처럼 정확한 보기 플레이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이 원장이 연습장에 다니지 않으면서도 80대 중후반 스코어를 유지하는 걸 신기하게 여긴다. 연습하면 금세 ‘싱글 반열’에 오를 수 있다면서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는 이도 있다. 이 원장은 “싱글이나 언더파를 유지하려면 (시간을 투자하는 등) 피곤한 일이 생길 것”이라며 “골프에 대한 절박함이 없지만, 또 골프를 안 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제주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mail 최명식 기자 / 체육부 / 부장 최명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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