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선·강렬한 색채로 그린 ‘한국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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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원 팔순기념 초대전

“자연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이 곧 자연미입니다. 나는 80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오직 순수자연에 머물며 자연과 호흡해 왔고 자연으로 인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긍정하게 되고 자연미와 동질성을 갖고자 했습니다.”

한국의 토속적인 자연미를 그려온 강길원(79) 화백의 작가노트에 담긴 글이다. 강 화백이 1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청작화랑(02-549-3112)에서 팔순기념 초대전을 가진다. 1990년대 이후 작품 25점이 전시되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철쭉들의 합창’ ‘초하’ ‘용아장성의 꿈’ ‘제주의 봄’ ‘아야진의 해변’ 등 강 화백 특유의 강렬한 색채미학의 풍경화를 만나볼 수 있다.

강 화백 그림의 특징은 후기 인상파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유럽의 전통이 아니라 한국의 지역적 특성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강 화백 그림에서 눈여겨볼 점은 멀어지면 작게 보이는 서양화의 자연적인 원근법과는 반대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풍경이 하나의 공간 속에 존재하는 역원근법(逆遠近法)을 그림에 차용, 4차원적인 풍경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강 화백은 굵은 붓으로 서예의 일필휘지(一筆揮之)와 같이 산의 능선이라든가 사물의 선을 간결하면서도 통쾌하게 표현해 그림에 생동감을 더해 준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로제 부요는 강 화백의 작품에 대해 “인상파와 야수파적 경향을 드러내면서 명료한 소묘와 윤곽선, 결단성을 통한 빛과 형태, 빛과 빛의 결합이 매혹적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립 공주대 명예교수로 아직도 후학을 양성 중인 강길원 화백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55년 광주사범학교를 거쳐 1958년 조선대 미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 고장 출신인 서양화단의 거목 오지호 화백 등을 스승으로 해 화가의 꿈을 키웠다. 특히 조선대 재학시절 국전에서 특선한 이래 모두 6차례 특선을 차지해 화단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