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금리逆轉…정교한 경제정책으로 파장 막아야

결국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逆轉)됐다. 10년7개월 만이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3개월 만의 인상이고, ‘제로금리’ 이후 6번째다. 한국 기준 금리가 연 1.50%이니 한·미 금리 차가 0.25%포인트 벌어지게 된 셈이다. 연준은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시그널도 보냈다. 올해 3차례 올리겠다는 기존기조는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에 따라 4차례 인상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체 위원 15명 중 7명이 ‘4차례 인상론’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세계 경제가 통화 긴축시대의 한복판으로 향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제 공은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물론 각국의 글로벌 자본이동과 통화정책 기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연준과 동조(同調)하는 게 순리다. 유럽도 긴축기조다. 하지만 우리도 그러기엔 국내 여건이 여의치 않다. 경기 회복세가 충분치 않은 데다 미국의 거친 통상 압력으로 수출도 계속 호조세를 보이리란 보장이 없다. 청년실업은 갈수록 악화하고 145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그렇다고 연준과 마냥 다른 길을 갈 수는 없다.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의 현금출납기나 다름없는 한국시장이 충격을 받게 된다. 1994년과 2004년 미국이 금리를 올린 후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신흥국 유동성 위기가 뒤따른 사실(史實)도 있다. 더 큰 걱정은 이런 긴축기엔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더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적거리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닥치면 경제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은 이런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 충격을 최소화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한은은 훨씬 더 정교한 통화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국내 경기 여건과 리스크를 면밀하게 분석해 최적기에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 시장과 꾸준한 소통은 필수다. 정부 눈치를 보면 필패다. 정부도 거시경제 운용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을 줄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적극 강구해나가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규제 개혁에 진력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