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4·27 정상회담에서 지켜야 할 3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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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29일 판문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 양측은 정상회담을 다음 달 27일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렸고, 핵무력 폐기는 절대 불가 입장을 대내외에 계속 천명했기 때문에 비핵화를 접점으로 개최될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당사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일정과 형식은 크게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핵심 의제인 북핵에 대해 양측 간에는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다. 또, 남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현안에 대해 최소한 동의했으면서도 그 내용이 국내는 물론 5월 미·북 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난관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를 확정함에 있어, 또 본 회담의 실질적 성과를 위해 최소한 다음 3가지 원칙은 지켜야 한다.

첫째,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북한이 개발한 핵무력이 폐기돼야 한다는 점을 확약 받아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은 우리 측 대표단에도, 또 최근 중국 방문 때 시진핑 주석에게도 조건과 단계를 전제로 비핵화를 선대의 유훈(遺訓)이라고 거듭 반복했다. 북한에서 선대의 유훈이란 헌법보다 더 무거운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헌법에도 명시한 핵무력의 폐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구실일 수는 있다. 그러나 체제안전 보장과 같은 전제를 들여다보면 이는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된 전형적인 북한의 기만전술이자 지연전술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최종적인 이행 계획안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북한을 설득하고 김정은을 달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북한의 속셈을 기정사실화하는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져선 안 된다. 북한 입장에서 핵무력은 체제 유지와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 확보, 그리고 한반도를 주도할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김 위원장도 정상회담을 수용하면서 우리 대표단에 보여준 행태는 자신이 결행한 핵무력 개발이 정당하며 그에 대한 변경은 엄청난 시혜이기 때문에 막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려고 한다. 위험천만한 핵무력을 개발해 인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동족인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를 협박하는 도발 행위는 명백히 단죄돼야 할 범죄이지, 보상의 대상이 결코 아님을 잊지 말고 본말이 전도(顚倒)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 폐기로 한반도 비핵화는 완성되는 것이지,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은 한반도 비핵지대화 논리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의 정착, 대규모 경협과 교류 협력은 북한의 핵이 폐기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김정은이 핵무력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진심으로 결심했다면 이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핵 폐기에 앞서 제재와 압박이라는 조건이 소멸되면 북한은 또다시 핵무력의 유혹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북핵 폐기의 결단이 실천에 옮겨지고, 핵 폐기 절차가 돌이킬 수 없는(CVID) 수순에 접어들 때까지 제재와 압박이 현 수준에서 유지돼야만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상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 그간의 경험과 새로운 접근으로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