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국회의원 인턴 될 끈 없어 서럽다”… 공시생들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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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대 1 뚫고 9급 공무원 돼도
7급 승진에 5~10년 걸린다는데
김기식 인턴은 8개월만에 이뤄
“시험이 무슨 의미가 있나” 허탈

“文정부, 반칙 없는 세상 만든다?
‘정유라 특혜’와 뭐가 다른가”

“솔직히 자괴감이 들어요. 정의로운 세상, 공정한 세상은 참으로 멀고도 먼 세상 같습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外遊)성 출장’에 동행했던 인턴 직원이 9급 비서 정식 채용 8개월 만에 7급으로 승진했던 것을 놓고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과 취업 준비생(취준생)들 사이에서는 ‘허탈하다’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탄식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시촌’에서 만난 안정훈(29) 씨는 “아무리 국회의원이 자기 맘대로 보좌진을 쓸 수 있다지만,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채용된 지 8개월 만에 9급에서 7급으로 올라갔다니 참 허탈했다”며 “나는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만 2년째 하고 있는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 씨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우리도 끈이 있었으면 일찍 (노량진을) 나갔을까’하는 부질없는 얘기도 많이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공무원 승진에 필요한 최소 연수를 규정한 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9급에서 7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규정돼 있다. 실제로는 국가직의 경우 5년, 지방직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르긴 해도 10년은 걸려야 승진할 수 있다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한 지방직 공무원은 “위에 자리가 없으면 계속 승진이 밀려서 10년이 돼도 7급을 못 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9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최보영(여·26) 씨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더니, 이번 사태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진 않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좋게 보면 자율 임명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특혜 아니냐”며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가 누린 특혜랑 본질은 같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는 “권력 있는 사람이 자리에 꽂아주고 진급도 시키면, 나처럼 돈 없고 백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느냐”며 “국회의원 인턴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 좀 알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박모(26) 씨는 “지난 3월 치러졌던 9급 공무원 시험의 난도가 올랐다고 해서 8월 7급 시험도 어려울까 봐 신경 쓰이는데,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별생각이 다 든다”며 “인턴이 차지했다는 7급이라는 자리가 너무 와 닿는다.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토로는 공시생 준비 카페에도 이어지고 있다. “시험이 무슨 의미가 있냐” “인턴에서 7급 다는 데 1년도 안 걸렸다는데 몇 년째 책상 앞에서 끙끙대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는 실정이다. 신모(57) 씨는 “나름 명문대를 갔다는 우리 아들도 스터디·인턴 등 3년째 공부 중인데 아직 취준생 신세”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뽑긴 했지만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부모로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수민·김성훈·이희권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