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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2일(木)
비핵화 대오 흩뜨리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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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정치부 차장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으로 부각된 차이나패싱 우려를 가라앉히는 것을 넘어 한반도 문제의 플레이어로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의 움직임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숨통 틔워주기에 무게가 실려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북한 쪽으로 급격하게 밀착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400여 명의 북한 여성 근로자가 옌볜(延邊) 자치주에 신규 파견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인솔하는 중국예술단은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을 맞아 열리는 ‘제31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참석차 방북한다. 양국 정상이 지난달 26일 연회에서 한 “고귀한 유산이며 공동의 재부인 조중친선”(김 위원장) “중조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시 주석)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은 또 미국과 무역 분쟁 기미에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 사설을 통해 “중국의 전략적 해결책은 항미원조 전쟁(6·25전쟁)에서 미군과 싸웠던 방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침략에 맞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가 예민한 시점에 6·25전쟁을 꼭 집어서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최근 외교무대에서 북핵 해결 방식으로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북한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 협상 병행)’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키우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가깝고, 미국이 내세운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과는 간극이 있다. 북핵 협상 과정에 중국 목소리가 커지면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행보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환영 논평을 낸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그다지 경계하는 것 같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멘토인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그동안 쌍중단과 유사한 주장을 해왔던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 해법을 놓고 중국과 가까워지고 미국과 멀어지는 외교전략을 택하면 과거 북핵 협상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북·중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영향력을 회복한 중국이나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비한 안전망을 확보한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회담이 깨지더라도 손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 격변기였던 조선말 위정자들은 주일 청국 공사였던 황준헌(黃遵憲)이 쓴 ‘조선책략(朝鮮策略)’을 필독서처럼 여겼다. 러시아 남진을 막기 위해 조선은 친중국(親中國)·결일본(結日本)·연미국(聯美國)의 외교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선책략에 심취된 조선의 위정자들은 대만을 식민지로 삼은 일본이 다음으로 노리는 곳은 조선이라는 북양대신 리훙장(李鴻章)의 경고를 귓등으로 들었다. 위정자들의 잘못된 외교전략 채택이 가져온 결과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suk@
e-mail 김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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