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기식 의혹 4곳’ 압수수색>文 ‘김기식 지키기’ 어렵다 판단한 듯

- 인사관련 첫 서면 입장문

선관위 판단·檢수사 지켜본뒤
‘명분있는 철회’ 수순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 취임 이후 인사 관련 첫 입장문을 낸 것은 더 이상 해임 불가 입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 출장 등에 대한 중앙선관위 검토 요청에 대해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김 원장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만큼 명분있게 사퇴 수순을 밟아야 향후 후속 인사를 포함한 국정 운영에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에 대한 보고를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김 원장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비슷한 문제에 대해 앞으로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3일 서면 입장문을 통해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행위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 국회의원들의 평균적 도덕성에 대한 판단을 한 뒤 김 원장의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말한 판단 기준은 청와대의 관련 질의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답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되고 있는 행위에 대해 객관적 판단을 언급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답변만으로 판단 기준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았다. 이는 검찰 수사를 통해 판단 기준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야당 또는 시민단체의 고발에 대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를 한 것도 김 원장 논란에 대한 기준을 빨리 마련하라는 청와대의 의중이 검찰에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전날 김 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임종석 비서실장 등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보고 자리에서 일부 참모들은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론이 안 좋다고 김 원장을 사임시키면 비슷한 문제에 대해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 등을 해임의 이유로 제시한 여당 의원들의 의견에는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다. 김 원장을 무조건 지키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선관위 질의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청와대의 조치에 대해 김 원장을 강하게 옹호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출구전략 성격도 있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정서법, 도덕적 기준이라는 것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법적 판단을 우선 받아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입장문에는 김 원장 논란이 기득권 세력의 저항 때문이라는 여권 일각의 시각을 반영한 듯한 대목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김윤희 기자 haasskim@munhwa.com

[김기식 논란 ‘대통령 메시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습니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습니다. 늘 고민입니다.

2018년 4월 13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