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정상회담 D-4>“北의 약속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경계 풀지않는 美

백악관서도 ‘CVID 원칙’ 상기
공화당‘核포기 안할것’회의론
힐 前차관보 “기술적 선언일뿐”

트럼프 트위터에 “비핵화 합의”
美·北 사전접촉 협의여부 논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초가 유력한 미·북 정상회담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쳐놓을 수 있는 ‘동결의 덫’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2012년 2·29 합의에 이어 또다시 협상을 통한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용 속임수를 쓰거나, 핵무기 동결 수준에서 멈춘 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에서 여전히 팽배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선언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부터 21일 북한의 발표 직후에는 “매우 큰 진전”이라고 밝혔지만, 22일에는 “북한 문제의 결론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으며,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신중론으로 돌아갔다. 마크 쇼트 백악관 의회 담당 수석보좌관이 이날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상기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상당 부분 폐기하기 전까지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의회 공화당 인사들의 경계 목소리는 더욱 크다.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CNN방송·ABC방송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핵 개발 포기 뒤 살해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사례를 언급하면서 “김정은은 운반 가능한 핵무기 보유를 자신이 침대에서 평화롭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티켓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핵 포기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회의론인 셈이다.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도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표는 지속되는 도발보다는 더 나은 것이지만 그 이상도 아니다”라며 “그 약속은 언제든지 쉽게 뒤집힐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인식도 유사하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미국의소리(VOA)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해 실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건 정치적 결심이 아니라 기술적 선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공식발표에 없는 ‘비핵화 합의’를 트위터에서 언급하면서 발언 실수인지, 아니면 미·북 사전접촉 협의 내용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비핵화와 실험장 폐기, 실험 중단에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북한 발표에는 현존 핵무기, 미사일 폐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과연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주장한 건 부정확한 사실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트럼프 대통령이 알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