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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5일(水)
안철수는 ‘보수’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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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보수, 말문 열고 움직이기 시작
지난해 대선 ‘분열=패배’ 반성
안철수·김문수 단일화도 모색

보수, 아직 安에 대한 확신 없어
安, 이념 노선·정치력 보여줘야
5월, 보수·安 모두 선택의 시간


얼마 전 보수 쪽의 중진 인사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측근 류석춘 전 혁신위원장,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측근 최명길 전 의원을 한자리에 초대했다. 중진 인사는 6·13 지방선거에서 두 당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하며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서울은 안철수, 경기도는 남경필, 인천은 유정복이 보수 단일 후보로 출마하고,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후보도 별도로 협의하고, 나머지 지역은 각 당이 알아서 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런 제안을 홍·안에게 보고한 뒤 답을 달라고 했다.

홍준표는 안철수만 키워주고 당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안철수도 일단 단일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둘 다 반대. 그것으로 양측의 ‘딜’은 끝난 것일까. 중진 인사는 “각자 열심히 뛰고 5월에 상황을 보기로 했다”면서 “당이나 후보가 반대해도 원로, 중진들이 함께 나서 합의를 이끌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보수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는 아예 입을 닫았다. 나라의 균형이 무너져도 모른 척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문재인 정권이 급격하게 북한에 다가가자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진보 세력과 여권의 ‘미투’ 파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 및 낙마에 이어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이 터져 나오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 행동에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보수 세력을 정치적으로 대표한다는 한국당, 중도보수라는 바른미래당. 두 당은 6·13 선거의 상징인 서울시장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안 위원장을 내세웠다. 둘이 끝까지 싸우면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3선을 헌납하게 된다. 1년 전 대선 때 홍준표는 24.03%, 안철수는 21.41%를 얻었다. 유승민(6.76%) 빼고 둘만 합쳤어도 41.08%에 그친 문재인을 이길 수 있었다. 똑같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두 당이 김문수로 단일화할 수도 있다. 김문수는 도덕적으로,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안철수로 하는 것보다는 성사 가능성과 정치적 파급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중진 인사도 안철수 단일화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 세력은 안철수를 새로운 리더로 인정하게 될까. 또 안철수는 보수 세력을 끌어안을 생각이 있을까.

안철수는 도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여자·돈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이념적으로는 모호하다. 그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내세운 적이 있지만, 그걸 정책으로 구체화한 적은 별로 없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 리더십도 평가가 엇갈린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혜성같이 등장해 정치판을 뒤흔든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냈다. 6년이 지난 지금, ‘현상’은 사라졌고, 안철수만 살아남았다.

보수 세력도 아직 확신은 없다. 안철수에게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볼까 망설이는 것은 그가 아직 ‘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또 안철수가 어떤 결정을 할지도 아직 모른다. 그가 단일화하지 않고 독자 출마를 강행해 2위나 3위를 한다고 보수 세력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만일 안철수가 보수의 대표 선수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노선을 더 확실히 할 것. 둘째,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안철수는 극중주의(極中主義)를 외친 적이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구호였다. 마크롱은 사회당에 기반을 두고 중도로 간 것이다. 이념이 양극화된 한국에서 중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철수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게 됐을 것이다. 그도 선택해야 한다. 보수냐, 진보냐. 짐작은 간다. 그가 왜 호남과 멀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박지원·천정배·정동영과 결별했겠는가.

정치력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성숙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안철수는 대선 때보다는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시험들이 기다린다. 단일화 반대에서 찬성으로 어떻게 논리를 뒤집을 것인가. 김문수와 홍준표는 어떻게 설득하고 배려할 것인가. 재선 시장 박원순과의 시정(市政) 토론을 어떤 전략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다음 주면 5월. 보수와 안철수의 밑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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