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日영사관앞 강제징용像’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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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노동단체 내달 건립 강행
외교부는 “국제관행 고려 필요
외교공관앞 설치 부적절” 입장
區조례상‘불법적치물’에 해당
“지자체가 눈치만 본다” 지적도

시민·노동단체들이 오는 5월 1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 총영사관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사진)설치를 강행하겠다고 밝혀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 영사관 앞 동상 설치는 도로법상 불법이고 국제규약에도 어긋난다. 외교부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지만 지자체는 시민·노동단체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등 시민·노동단체는 “5월 1일 5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와 함께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와 강제동원의 만행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기존 소녀상 옆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는 부산시와 관할 동구 등에 보낸 공문과 수차례 접촉 및 연락을 통해 설치장소에 반대를 표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주재국은 ‘외교공관의 안녕을 교란하거나 품위를 손상’해선 안 된다. 외교부는 일본 총영사관 정문 앞 인도에 노동자상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며 설치 부지는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주한 외국 대사관 등 외교공관과 외교공관 경계지점 100ｍ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도 이 같은 외교 규범에 따른 것이다.

특히 노동자상은 도로법 시행령(55조)과 관련, 동구 조례상 불법 적치물이다. 이에따라 부산시와 동구 등이 관련 조례를 개정해 이 같은 논란을 미리 막아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지난해 7월 1일 ‘종로구 도시공간 예술 조례 개정안’을 마련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서울 종로구 공공조형물 제1호’로 지정해 합법화했다.

외교부와 부산시 및 동구의 책임 미루기와 대응, 시민단체 설득 실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6년 말 소녀상 설치 때 곤욕을 치렀던 동구는 이번에도 노동자상 설치장소에 대형 화분을 갖다 놨다가 거센 항의를 받자 다시 4일 만에 철거하는 등 일관성 없는 행정을 하기도 했다.

김기현·박양수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