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관음증과 노출증

제목만 읽고 예단은 말길 바랍니다. 야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주제죠. SNS만큼 관음증과 노출증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도구가 없으니까요.

최근 방송인 정가은이 자신의 SNS를 통해 딸이 사고를 당할 뻔한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오늘 소이(딸)가 엘리베이터 문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있었다”며 딸의 손을 찍은 사진을 올렸죠. 그때부터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경황없는 중에도 상처 난 딸의 사진을 찍어서 굳이 SNS에 올릴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었죠. 일견 수긍이 가지만 정가은은 “정말 순수한 마음에 이런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취재하면서 요즘처럼 ‘기자 하기 힘들다’고 느낀 적도 없습니다. 수많은 연예인의 SNS까지 체크해야 하는 상황 때문인데요. 그들은 사적인 영역인 SNS에 꽤 상세한 근황을 전하곤 합니다. 연예인과 팬들이 직접 소통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종종 도마에 오르곤 하죠. 그래서 SNS 게시물을 두고 정가은을 비롯해 여러 연예인과 네티즌이 설전을 벌이고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잦습니다.

SNS는 관음증과 노출증이라는 두 가지 심리가 만나는 곳입니다. 게시자들은 일기를 쓰듯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립니다. SNS를 활용하는 대다수는 타인의 ‘좋아요’를 갈구하고 많은 팔로어를 확보하길 원하죠. 연예인의 경우 팔로어가 늘면 상업 광고가 붙어 경제적 이익까지 생기니 더 적극적인 편입니다. 타인에게 ‘봐 달라’고 노출하는 것이죠.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은 반기는 반면, 부정적인 반응에는 ‘사적인 공간’이라며 매너를 지켜달라 정색하곤 합니다.

타인의 SNS를 지켜보는 이들의 심리는 어떨까요? 여행, 패션, 맛집 등 자기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주로 담는 만큼 일상에 지친 유저들은 SNS 상에서 타인의 그런 삶을 지켜보며 대리만족 혹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죠. 그중에는 침묵을 지키며 소위 ‘눈팅’만 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꼬투리를 잡아 매섭게 후려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SNS를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면서도 정작 부정적인 반응에는 악플의 폐단을 호소하는 연예인, 화려한 연예인의 삶을 몰래 엿보는 재미를 만끽하다가도 종종 악플러로 돌변하는 네티즌, 그들의 마찰을 일일이 기사화하면서 사태를 키우는 연예 언론까지. SNS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관음증과 노출증을 연결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SNS가 현대를 대표하는 소통의 장이지만 ‘시간(S)낭비(N)서비스(S)’의 축약어라는 우스갯소리에 폐부가 찔린 건, 저 혼자만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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