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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7일(金)
교육감 선거는 정치인 뽑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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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기성 정치인 뺨치는 ‘정치 쇼’
정당의 직간접 지원 등에 업고
대선 출정식 방불케 하기도

정치 투쟁 일삼아온 건 아닌지
‘경쟁 교육’을 중시하는지
각 후보 本色 알고 선택해야


“마치 대선 출정식같이 많은 사람이 모여 기분이 좋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월 27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출판기념회 축사를 통해 한 말이다. 조 교육감이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재선에 도전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지난 20일 예비후보로 공식 등록하기 2개월 전의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대표적 병폐 중 하나인 ‘교육의 정치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정 의장 외에도 여당 정치인이 줄줄이 단상에 올라 조 교육감을 극찬했다. 국회의원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의 악습인 출판기념회를 조 교육감이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부터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 외에 달리 있기 어렵다. 책의 제목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도 선동적 정치 구호로 비쳤다. 사회자를 통해 “조희연 이름 연호는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박수와 환호는 무방하다”며 함성과 박수를 유도한 것도 기성 정치인을 뺨치는 ‘정치 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기 모델 한현민을 토크쇼에 끌어들인 것도, 청바지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패션쇼를 펼치다가 걸치고 있던 트렌치코트를 관중석으로 던지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그런 유(類)의 쇼였다.

조 교육감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예비후보 상당수가 오십보백보다. 그러다 보니, 이번 교육감 선거도 여전히 정치판으로 변질된다. 후보의 정당 표방이 금지돼 있지만, 후보가 사실상 등에 업고 있는 정당이 선거 기간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시민단체가 후보 단일화를 진영별로 각각 추진하는 배경도 그 연장선인 측면이 없지 않다. 서울만 해도, 보수 진영의 좋은교육감추대국민운동본부와 우리교육감추대시민연합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단일 후보를 5월 10일 확정하겠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경선 대상 5명도 지목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곽일천 전 서울디지텍고 교장, 이준순 전 서울교총 회장, 최명복 한반도네트워크 이사장 등과 미등록 상태인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 박선영 동국대 교수 등이다. 같은 날, 진보 진영의 2018 서울촛불교육감추진위원회는 단일화 대상으로 압축한 조 교육감과 이성대 전교조 서울지부 대외협력실장 간의 ‘경선 토론회’를 열었고, 단일화 결과의 5월 5일 발표를 예고했다.

본선 후보의 선관위 공식 등록일이 5월 24∼25일인 만큼, 이 밖에도 중도를 내세우거나 법적 강제력 없는 단일화 경선과 상관없이 본선 후보로 나설 인사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갈수록 진영 대결이 첨예화하면서 정치권의 간접 개입이 더 노골화할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는 정치인을 뽑는 게 아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규정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정당은 교육감 선거에 후보를 추천할 수 없다’고 명시하며, 정당의 선거 관여 행위를 금지한 것도 헌법 규정의 구체화다. 교육의 정치 중립은 교육감 선거뿐 아니라 교육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가치임은 물론이다.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게 해선 안 된다. 그 폐해의 심각성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정책을 정치의 수단으로 여기거나 정치인 행태를 닮고 싶어 하는 후보를 교육감으로 선택하진 말아야 한다.

서울시교육감은 ‘교육 소통령(小統領)’ ‘교육 대통령’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승진·전보 등 인사권을 행사하는 유치원 및 각급 공립학교 교원만 5만5000여 명에 이른다. 그 정책에 직접 영향받는 학생이 140만 명이고, 올 한 해에 집행하는 예산이 9조1512억 원이다. 교육감의 교육관(觀)에 따라 공교육과 학생 개개인의 미래가 크게 좌우되는 것은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교육관보다 정치적 포퓰리즘 행보에 휘둘려 선택한다면 ‘교육 재앙’을 자초한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경험이 입증한다.

이번 선거부터라도 특정 정파나 정치 투쟁을 일삼아온 조직을 대변하지 않는지, 평등지상주의를 멀리하며 개인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인 ‘경쟁 교육’을 중시하는지, 언행이 위선적이지 않은지 등을 교육감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정보가 크게 부족한 ‘깜깜이 선거’만 탓하며, 대충 투표해서도 안 된다. 잘못된 선택으로 임기 4년 내내 가슴을 치며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각 후보의 본색(本色)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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