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 출신 제자만 350여 명 둔 ‘워싱턴 태권도 代父’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구(오른쪽) 사범은 1960년대 이소룡(왼쪽)을 만나 발차기를 가르쳤다고 회상했다.

‘李小龍과 알리의 스승’ 유명한 이준구 사범 美서 별세

1956년 단돈 46달러 들고 渡美
깅그리치·호건도 문하생으로 배워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명’ 선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구 사범이 조지 H W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 미국 워싱턴 정계 상하원 의원들의 ‘태권도 스승’이었던 이준구(미국명 준 리) 사범이 30일 별세했다. 87세.

이준구 사범의 아들인 지미 리(한국명 이형모) 메릴랜드주 소수계 행정부 장관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버님이 이날 오전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 사범은 7∼8년 전부터 대상포진을 앓아왔고, 최근 병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1956년 단돈 46달러를 들고 도미한 이 사범은 미국에서 태권도를 확산시킨 태권도계의 대부였다. 1932년 충남 아산 출신인 이 사범은 16세 때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미국 텍사스에서 ‘코리아 가라테’라는 이름의 체육관을 처음 열었다. 이어 1962년 워싱턴에 ‘준 리 태권도’를 차린 후 성공 가도를 달렸다. 홍콩 배우 리 샤오룽(李小龍)과 전설의 복서인 무하마드 알리에게도 태권도를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사범은 생전 인터뷰에서 “리 샤오룽은 1960년대 초반 시애틀에서 만나서 발차기를 가르쳐줬고, 1973년 리 샤오룽이 사망할 때까지 연락했다”면서 “알리에게는 아큐 펀치(Accu-Punch·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주먹 쓰기)를 알려줬는데 이걸로 영국 챔피언 리처드 던을 물리쳤다더라”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이 사범은 1965년 의원들을 상대로 태권도 무료 강습을 시작하면서 미국 정치계에 ‘태권도 인맥’을 쌓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이 사범은 제임스 클리블랜드 하원의원이 강도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클리블랜드 의원에게 전화를 해 “태권도를 배우면 봉변을 당하지 않는다”면서 설득해 의회에 태권도 교실을 만든 것. 이를 통해 이 사범이 배출한 의원 출신 문하생만 해도 350여 명에 이를 정도. 여기에는 밥 리빙스턴·탐 폴리·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포함돼 있으며,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인 제시 잭슨 주니어 하원의원도 문하생 중 한 명이었다.

이 사범은 2000년 미국 정부가 선정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의 한 명으로 선정돼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다.

한국인 유미 여사와 결혼하면서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부친인 로런스 호건 전 하원의원도 현역 시절 이 사범에게서 태권도를 배웠다. 이 인연으로 호건 주지사는 2016년 ‘메릴랜드 태권도의 날’을 지정했고, 매년 4월 초 기념식을 열고 있다. 이 사범의 아들인 지미 리 장관은 2015년 출범한 호건 주지사 정부에서 소수계 행정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메릴랜드주 최초의 한인 장관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장례식은 5월 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매클린 성경 교회(MBC)에서 열린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