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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2일(水)
‘판문점 선언’과 남북 합작 드라마 ‘사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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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북한이 잊을 만하면 미사일을 쏘면서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던 게 엊그제인데 정상회담 이후엔 온통 장밋빛 일색입니다. 마치 봄을 시샘하며 맹렬하던 겨울 막바지 추위가 어느 날 갑자기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햇볕 아래 그대로 여름으로 건너가 버린 느낌이랄까요. 70년 가까이 갈라서서 대치하던 남과 북이 이제는 종전을 넘어 평화협정, 그리고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 평화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국민으로서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그 이후의 일이 자꾸 떠올라 근심과 우려를 지울 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이런 ‘평화의 길목’에서 제일 먼저 주목받고 추진된 것들이 남북한 문화 교류였는데, 기대에 못 미쳤으니까요.

2007년에도 지금같이 한껏 고무된 평화적 분위기 속에 남북 합작 드라마라는 프로젝트가 추진됐습니다. KBS가 기획 및 제작 지원하고 북한 조선중앙TV가 제작하는 드라마 ‘사육신’이었습니다. 그해 8월 8일부터 11월 1일까지 방송됐는데요. 마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됐다는 보도가 나온 즈음이고, 결국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면서 남북 화해 무드를 이끄는 대화합의 드라마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높은 이상과 바람에 비해 드라마의 품질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KBS가 제작비로 약 20억 원이나 지원했는데 북한이 만든 드라마는 이질적이기 그지없었습니다. 배우들은 전부 낯설고, 이들이 하는 북한 사투리 대사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 톤이 마치 1970년대 느낌이어서 우리 시청자들이 즐기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오래 준비했다고 하지만 충분한 협의도 없이, 지난 70년간 분리돼 있던 국민 정서에 대한 고려도 없이 ‘문화부터 교류해야 한다’는 정치적 명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게 한계였습니다.

지금도 어김없이 남북 문화 교류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선 문화·체육·학술 분야 남북 교류를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사업, 남북 합작 첫 문학잡지 ‘통일문학’의 재발간 등을 꼽았습니다.

이 밖에도 언론과 종교, 대중문화 분야에서 민간 차원의 교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에서도 잊힌 드라마 ‘사육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화가 중요한 고비마다 그저 만만하고 말하기 쉬운 상징적 이벤트로 활용되는 데 그치지 않기를 기원해봅니다.

clark@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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