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외국인 ‘健保 먹튀’ 줄일 합리적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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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치료가 끝나면 곧바로 출국하는 이른바 ‘먹튀’ 외국인 환자들 때문에 건보(健保)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지역가입자로 인해 발생한 건보 적자 규모는 2050억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외국인은 우리 국민과 똑같은 건보 혜택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먹튀’ 외국인 환자와 같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건보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로 진료비 부담이 더 줄어들면 외국인 건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려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에 따라 건보 재정 적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올해와 내년은 건보 재정의 안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외국인 건보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문재인 케어의 성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건보 재정 누수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외국인 결핵환자와 간염환자가 건보 혜택을 받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감염병 환자가 늘어나면 우리 국민이 결핵과 간염에 걸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환자가 가장 많다. 건보의 재정 낭비를 막는 것과 함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먼저, 건보 혜택을 받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먹튀’ 환자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직장이 없는 외국인이 건보에 가입할 수 있는 최소 국내 체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최소 3개월인 현재의 기준을 다른 나라들처럼 최소 6개월로 연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건보 피부양자 자격 기준을 우리 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우리 지역가입자에서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의 건보 가입 기준을 강화하면 ‘먹튀’ 환자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모든 외국인이 건보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원하는 외국인만 가입하도록 하면 건강이 좋지 않아 건보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건보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외국인이 가입하도록 해야 보험의 기본 원리인 위험 분산이 가능해진다.

외국인도 우리 국민처럼 소득과 재산에 따라 적정한 건보료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기 어려워 지역가입자 평균 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어렵더라도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면 외국인 지역가입자 건보 재정 지출과 연동해서 보험료를 책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격이 없는 외국인 환자가 부당하게 건보 혜택을 받는 사례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체류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등 건보 자격을 상실한 외국인에 대한 자격 관리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보험료를 체납하는 외국인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외국인 건보 제도에 대한 규제 강화는 외국인의 정당한 건보 혜택을 보장할 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를 잘 모르고 말이 통하지 않아서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통역과 상담 등 외국인 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걸맞게 외국인의 인도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는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