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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8일(火)
‘유일 합법정부’ 삭제는 反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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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지난 2월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좌경 개헌안’을 본받아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조항 중 ‘자유’를 뺀 개헌안을 내놓고는 야당이 반발하자 4시간 뒤 “원내대변인의 실수”라며 바로잡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러나 그 무렵,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민주주의로 대체한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이 나와 자유를 뺀 개헌안이 단순한 참고자료만도, 대변인의 실수만도 아니라는 의심을 품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일 알려진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試案)을 보면 역시 자유를 뺀 민주주의만을 적시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도 삭제되고 있다. 이것은 4·27 판문점 선언으로 조성된 남북 평화 무드에 편승해 슬쩍 넘어가려는 현 정부의 본심과 교육관을 보여주는 게 아닌지 의심케 한다. 아니면, 정부의 지휘 감독을 벗어난 일탈행위란 말인가? 그렇다면 정부, 특히 교육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인민민주주의, 진보적 민주주의, 대중민주주의, 사회(적)민주주의도, 길거리에 모인 다수의 단순한 갈채나 동의도 (직접)민주주의로 둔갑하는, 포용의 범위가 매우 넓은 개방된 개념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identity)을 구성하는 자유민주주의를 굳이 부정한다는 데 있다. 또, 우리를 자유분방하게 발전케 한 자유민주주의가 마치 잘못인 듯이 2세를 가르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시장경제와 미묘하게 연계되어 움직이며 그 균형을 잡는 장치가 법치주의(the rule of law)다. 경제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늘어나면 국민의 자율성은 그만큼 위축된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나온 정치에 법이 종속(the rule by law)해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헌법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의 미묘한 상호 운영 체제의 우수한 노하우와 지혜를 수용해 이뤄졌다. 건국 7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 과학과 문화대국으로 성장한 자랑스러운 발전이 그 증거다. 자유를 삭제하고 다양한 민주주의를 가능케 함으로써 행하려는 이 체제에 대한 훼손은 국민이 그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정부의 개헌안 또한 그러하다.

굳이 대한민국을 폄훼하려 하지 않는 한, 그 결의안을 아무리 다시 읽어보아도 대한민국 정부가 1948년 12월 12일의 유엔총회에서, 유엔 임시위원회가 감시한 선거에 따라 구성된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받았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정부는 한 나라 주권의 대표적 표현 형태다. 국가는 주권·국민·영토 3요소로 이뤄진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건국된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여부가 어찌 1948년만의 문제일까? 남과 북의 발전 전개 과정을 보자. 북한의 6·25 남침, KAL기 폭파, 천안함 폭파, 연평도 포격 도발과 수용소군도 운영, 고모부 고사총 총살, 외국 공항에서의 친형 독살 등으로 북한은 최악의 인권침해 집단이 됐다. 오늘날 남과 북 중 어느 쪽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인지는 자명하다. 세계인권선언, 인권규약 등을 들 것도 없이 체계적 인권보호냐 인권침해냐가 한 정부의 합법성·불법성을 가르는 세계적 기준이 아닌가? 남과 북의 평화와 인권보장 및 통일을 위해 양측이 서로 교류하는 것은 필요하며 부득이하다. 그러나 정부의 합법·불법 문제만은 명심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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