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에 수년간 투자해온 국내 중소·중견업체 枯死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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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發 기술종속’ 비상

2000년대 중반에도 저가공세
국내 유선장비 시장 절반 차지
한국업체들은 ‘구조조정 태풍’

“화웨이가 초기시장 선점하면
‘무선기술 강국’ 꿈 무너질것”

예정대로 정부가 내년 3월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를 밀어붙인다면 관련 장비 개발을 서둘러 온 ‘세계 1위 통신 장비 업체’ 중국 화웨이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서 이통사 장비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4월 ‘중국판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광둥(廣東)성에서 개최한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18’에서 “연내 5G 통신장비 상용화 제품을 내놓고 내년 상반기 중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화웨이는 실제로 올 2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이통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5G 관련 칩세트·장비·단말 일체를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관련 업계는 안보 이슈로 미국 등의 시장 진출이 봉쇄되자, 중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로 안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화웨이는 2013년에도 자사 4G 롱텀에볼루션(LTE) 장비의 첫 상용화를 한국(LG유플러스)에서 하면서, 세계 이통 장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내 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화웨이 경보가 울리자,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세계 첫 상용화 이래로 지난 20여 년 동안 쌓아온 ‘무선 통신 기술 강국’의 꿈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관련 장비 업계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 시대를 앞두고 화웨이의 공세에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토로하고 있다.

이미 화웨이는 2000년대 중반 국내 이통사의 유선 전송장비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도 초저가 공세로 삽시간에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당시 관련 업계에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쳤으며, 지금은 중소·중견업체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통 장비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행사하면 저가 경쟁이 양산될 것”이라면서 “5G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해 온 국내 이동통신장비 업체, 특히 중소·중견업체는 고사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만 해도 50여 중소·중견기업의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지만, 화웨이는 국내 관련 업계와 협업 관계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이통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장비 업계는 CDMA 세계 첫 상용화에 힘입어 4G 독자 표준인 ‘와이브로’ 세계화에 도전하기도 했으나 실패한 후 5G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왔다”면서 “화웨이가 초반부터 우리나라의 안방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면 앞으로 국내 관련 장비 업계는 기를 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