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집단부패 부른 中의 집단 지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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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은 부패라는 중증 질환을 앓고 있다. 지도층의 만연한 부패와 특권의식으로 인민과의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부패가 일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런 위기는 바로 집단 지도체제의 한계이며 일당독재의 한계일 수 있다.

중국의 집단 지도체제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제안으로 문화혁명 이후 권력분산을 위해 마련된 합의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일인 장기집권으로 벌어진 권력독점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련했던 개혁안이다. 이후 중국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習近平) 순으로 순조로운 지도자 교체과정을 통해 정치를 안정시켰고 경제발전을 이끌어왔다. 집단 지도체제가 중국의 발전을 순조롭게 이끌어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한계점을 보이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을 토대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부 거부가 생겨났다. 그런데 먼저 부유해진 이들이 나머지를 신경 쓰지 않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공산당 조직마저도 점차 혁명정신은 옅어지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공산당에 가입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민과 국가 그리고 당의 이익에 앞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짬짜미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현재 중국은 집단 부패체제에 들어섰다. 중국 공산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들로 구성된 태자당 등 다양한 권력이 엇섞여 이익을 나눠 먹고 있다. 더군다나 장쩌민, 후진타오 같은 세력가의 추종세력들도 다양한 파벌을 이루고 있다. 집단 전체가 부패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인민의 입장에서 보면 일부 집단만이 경제발전의 열매를 따 먹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어느 순간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

태자당 출신인 시 주석이 최근 태자당 연루 재벌그룹에 사정의 칼날을 세웠는데, 이는 집단부패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다. 현재의 중국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이러한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집단 지도체제로는 방법이 없다. 적당한 나눠 먹기가 필연적인 결과가 될 것이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서로 봐줄 수밖에 없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공산당 일당독재가 한계점에 이른 것이다. 부패에 대한 감찰도 처벌도 공산당이 해야 하니 치유할 방법이 없다. 당 자체가 썩어 있으면 새로운 피를 수혈하면 된다. 다른 견제세력이 존재하면 자연스럽게 정화작용이 일어난다. 하지만 다당제나 선거제도를 받아들이기는 겁이 난다. 우리 입장에서야 이런 민주주의야말로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다당제나 선거제도는 외세의 개입이나 중국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대안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만이 부패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연임은 그렇게 선택된 어쩔 수 없는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은 9세 때 문화대혁명으로 시골에 내려가 궁핍한 생활을 했다. 장기집권의 문제를 어려서부터 몸소 체험했다. 그런 그가 비난을 무릅쓰고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동기가 선하다고 결과도 선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중국이다. 과연 시진핑과 공산당 그리고 중국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미래가 궁금하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