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어린이’ 말코네 가족 눈으로 바라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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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8-06-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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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코, 네 이름 / 구스티 지음, 서애경 옮김 / 문학동네

어느 가정에 한 어린이가 탄생한다는 것은 삶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아기는 부모에게 평화와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주지만 더불어 앞으로 자신과 격렬한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부모는 하루에도 수백 번 아이를 껴안고 입 맞추고 그 이상의 시간을 소리치고 쫓아가고 뜯어말린다. 그림책 ‘말코, 네 이름’의 작가 구스티는 아들 말코를 만나면서 겪은 변화를 일컬어 “말코가 엄청난 군대를 이끌고 내 성으로 쳐들어왔다”고 한다. 처음에 아빠 구스티는 아기 말코를 보고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잔인한 얘기지만 그것은 구스티의 마음속에서 한때 진심이었다.

말코에게는 에일리언과 헐크 영화에 몰두한 형 테오가 있다. 테오는 동생의 얼굴이 초록색이든 토마토처럼 빨갛든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다. 사랑스러운 내 동생인 건 변함없으며 자라면 꽃밭으로 데려가 향기를 맡게 해주고 함께 핫초코를 마실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말코가 할 수 없고, 말코와 할 수 없는 것이 많을 거라고 걱정한다. 말코는 다운증후군이고, 작가는 말코의 탄생 이후 염려했던 것과 지내고 보니 염려할 필요가 없었던 모든 것을 담아 이 책을 그렸다.

남이야 걱정하든 말든 말코에게는 말코의 세상이 있다. 비둘기를 너무 좋아한다. 말코는 비둘기 천 마리를 상상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따라다닌다. 축구를 좋아해서 배구공을 가지고도 축구를 하며 공을 꼭 끌어안으면 놓지 않는다.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수술 전에도 후에도 잘 노는 씩씩한 아이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대니 캘리포니아’를 잘 따라 하지만 ‘강남스타일’ 따라 하기는 아직 서툴다.

이 책은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정직한 작품이다. 말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말코 엄마 아네에 비해서 아빠인 구스티 자신이 말코를 대하기 더 어려웠던 처음 기분, 아빠라고 육아에서 한 발 빼는 것 같은 모습까지 모조리 적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부모도 장애인 당사자는 아니다. 아마도 말코는 아빠 구스티가 지금 상상하는 것과 또 다른 자신의 삶을 살 것이다. 이 이야기가 다운증후군 어린이를 이해하는 서사로만 콕 짚어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아기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과 미소로 읽을 책이다. 2016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 특별상을 받았다. 148쪽, 1만68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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