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유럽 우파정권들 “입국 거부”… 난민들, 바다 위서 목숨 건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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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反난민 정서

시리아 560만·민주콩고 73만
전쟁·굶주림 피해 자유국가로
올 유럽行 난민 771명 익사도

헝가리·이탈리아·슬로베니아
민족주의 득세하며 반감 고조
“난민은 毒”… 입항 원천 거부

‘쿠르디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아랍의 봄이 내전의 피바람으로 돌아온 지 5년째 되던 2015년 9월 당시 마흔 살이던 압둘라 쿠르디와 그의 아내(35)는 5세, 3세 된 아들들의 손을 잡고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는 작은 고무보트에 몸을 실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에게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평화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보트는 에게해의 거센 파도를 견디기에 너무 약했다. 뒤집힌 배에서 쿠르디는 살아남았지만 아내와 두 아들은 목숨을 잃었다. 막내 에이란 쿠르디는 그리스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터키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보드룸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쿠르디의 비극이 일어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난민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15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만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던 난민 3만3697명 중 771명이 숨졌다.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 리비아 근해에서 난민 629명을 태운 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는 ‘반(反)난민’ 정서를 앞세운 이탈리아 새 정부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를 떠돌다 결국 스페인으로 향하게 됐다. 헝가리, 슬로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에서도 유럽연합(EU)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는 우파 민족주의가 득세하며 난민은 국제사회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총(銃), 금(金), 종(種)=현재 지구 상에서 발생하는 난민은 크게 △전쟁난민 △경제난민 △사회적 난민 등 3종류로 분류된다. 내전이나 외세 개입에 따른 전쟁으로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는 난민들이 전쟁난민이다.

7년에 걸친 내전 장기화로 시리아 국민 가운데 560만 명이 난민 처지가 됐다. 2011년 3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내전으로 발전됐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넓히면서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여기에 이란, 러시아 등 종교적·정치적 명분을 내세운 외세가 개입하면서 내전이 격화됐다. 콩고민주공화국은 2004년 지하자원을 둘러싼 이권 다툼과 부족 간 갈등에 따른 내전 장기화로 3월 말 기준 73만5000여 명의 난민이 인근 앙골라 등으로 향했다. 이라크도 현재 국내 실향민만 210만 명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이집트 난민 등은 경제난으로 나라를 등진 경제난민에 해당한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출범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올해 인플레이션율은 1만4000%에 이른다. 유엔은 연말까지 180만 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구의 5%를 넘는 수치다. 지난 16개월간 콜롬비아에만 100만여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이 넘어왔다. 브라질에도 하루 평균 800여 명씩 난민이 몰려들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청년실업률이 30%를 넘어가면서 2016년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밀항을 시도하던 난민 450여 명을 태운 어선이 전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종족 갈등과 같은 사회적 핍박으로 거주지에서 쫓겨난 이들은 로힝야 난민이 대표적이다. 90만여 명이 미얀마군의 인종말살정책을 피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머물고 있다 .

◇반난민 득세=안타까운 사정에도 난민들의 ‘목적지’인 유럽에서는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우파 정당이 잇따라 집권하는 등 반난민 정서가 갈수록 확산하는 중이다. 반난민 정책에 가장 앞장서는 인물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다. 난민을 ‘독(毒)’이라고 부르며 4선에 성공한 그는 이탈리아 정부의 아쿠아리우스호 입항 거부 조치를 두고 잘한 일이라며 “드디어 바다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도 반난민을 내세운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25%의 지지율로 제1당이 됐다. 지정학적 위치상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유럽에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해왔던 이탈리아도 최근 난민에 대한 강경 입장을 앞세워 득세한 극우정당 동맹과 오성운동의 연립정부가 출범해 본격적으로 반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등도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우파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반난민 정서가 확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경제적 부담이다. 난민 출신의 이민자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반난민 정서가 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난민 등 이민자들에게 관대했던 독일에서는 2015년 쾰른 거리에서 아프리카 난민 남성들이 저지른 집단 성추행 사건 이후 난민에 대한 반감이 크게 고조됐다.

김현아 기자 kimh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