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韓美훈련중단은 나쁜 협상전술” 워싱턴서 우려 목소리 커져

“동맹 균열·北에 이용 당할수도”
미국인 42% “훈련중단은 잘못”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 발표 이후 한·미 국방당국이 실질적 논의에 착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뿐 아니라 근본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워싱턴 동맹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6·12 싱가포르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명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시간 끌기’ 전략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잘못 판단한 것이자, 나쁜 협상 전술”이라며 “북한·중국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이날 트위터에 “한·미 군사훈련을 ‘도발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한 단어 사용”이라고 말했다. 몬머스대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잘못된 생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2%로, ‘좋은 생각’이라는 38%보다 높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문제를 경제·비용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전후 구축된 동맹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문재인 정부 역시 ‘4·27 판문점 선언’의 성과를 내려는 과정에서 동북아시아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도 14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 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에 진지한지를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한·미) 훈련을 일시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크리스토퍼 로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14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 지침을 충족하는 옵션(선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