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오토 웜비어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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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북한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귀환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1994∼2017)의 1주기를 맞아 19일 서울에서 조촐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등 20개 시민단체가 잠수대교에서 주최한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웜비어가 고향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숨을 거둔 시각인 오후 3시 25분에 맞춰 한강에 국화 꽃송이를 흘려보내며 넋을 위로했다.

미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생이던 웜비어는 2016년 1월 호기심에 북한 단체여행에 나섰다가 정치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체포된 후 15년 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조지프 윤 당시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교섭으로 석방, 지난해 6월 13일 귀국했으나 고향에 돌아온 지 6일 만에 사망했다. 웜비어 사망 후 미국의 대북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미 의회에서도 웜비어를 기리는 법들이 줄줄이 성안되고 있다. 하원에선 초강력 대북 추가 금융제재법인 ‘오토 웜비어 북한 핵 제재법이 지난해 본회의를 통과했고, 상원에서는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한법’이 은행위원회를 통과했다.

웜비어의 사인은 여전히 미궁이다. 북한 측은 보툴리누스균(식중독)에 중독된 웜비어가 수면제 복용 후 혼수상태가 됐다고 주장하지만, 미 의료진은 보툴리누스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인권보다 북핵이 더 심각하다”며 웜비어 문제를 외면했다. 그러자 미 하원에서는 13일 북한이 웜비어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기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없도록 규정한 ‘대북제재 해제 금지법’이 발의됐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이 공동 제안해 통과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건강한 20대 청년 웜비어가 왜 식물인간이 됐는지 북한이 진실을 밝히지 않는 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 아들을 잃은 프레드 웜비어는 지난 5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자유포럼에서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범죄 기업”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의 야만성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길 원한다면, 웜비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북한이 범죄 기업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