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7.22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후여담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5일(月)
JP의 言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이현종 논설위원

정치는 국민 마음을 얻기 위한 ‘언어의 예술’이기도 하다. 윈스턴 처칠처럼 수많은 명언을 남기고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말 한마디 잘못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부망천’ 논란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사자는 사과하고 당을 떠나야 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바퀴벌레’ ‘연탄가스’ 등 거친 막말을 일삼다가 비토당했다.

3김 시대의 어두운 면도 많지만, 자질로 볼 때 아직 이들을 뛰어넘는 정치인은 없다. 특히 23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언격(言格)’은 최고봉이다. 한학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고사성어를 많이 배웠던 그는 공주공립중학교 시절 하룻밤에 한 권의 책을 읽지 못하면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일야일권(一夜一卷)’을 실천했다. 위인전기와 역사책을 좋아해 웬만한 책은 다 독파했다고 한다. 책벌레로 유명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소장한 책이 3만 권에 달하는데 JP는 이보다 더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JP는 생전에 자신의 책 읽는 습관을 아무 책이나 잡히는 대로 읽는 난독(亂讀)이라고 했다. 좋은 문구는 메모해 적절할 때 사용했다.

1961년 5·16쿠데타를 일으킨 날 방송된 혁명공약 첫 구절에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드디어 오늘 아침 미명을 기해서 일제히 행동을 개시해…”라는 다소 시적인 문구도 JP가 직접 썼다. ‘자의 반 타의 반’ ‘몽니’ ‘줄탁동시’ ‘무항산 무항심’ 등 요즘 정치권의 일반 명사가 되어버린 말 대부분은 JP가 사용한 것이다. 1995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에서 JP 퇴진을 거론한 민주계 의원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하자 JP는 “있는 복이나 빼앗아가지 마시라”며 촌철살인으로 응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는 “역사는 끄집어낼 수도, 자빠트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없는 것이다. 역사는 그냥 거기서 배우는 것이다”며 멋지게 한 방 먹였다.

JP의 말은 거친 정치권에 여백을 만들어 주었다. 협치와 타협의 정신을 남겼다. 지금 정치인들은 책을 읽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어록이라고 할 만한 말을 남기는 사람은 더 보기 힘들다. ‘악성종양’ ‘똥을 싸놓고’ ‘목을 쳐야’ 등 저급한 말만 난무하는 정치권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JP의 말이 더 돋보일 것 같다.
[ 많이 본 기사 ]
▶ 이재명 이번엔 조폭유착설 직면…과연 돌파 가능할까?
▶ 돈스코이 첫 발견 잠수사 “보물 못봤고 얘기도 안나와”
▶ 아마존 열대우림서 홀로 고립생활하는 원주민 사진 공개
▶ 피살된 카자흐 피겨영웅 차량의 백미러 도대체 얼마길래..
▶ “트럼프, 北 비핵화 협상 진전 더딘 것에 화내고 있어”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SBS ‘그알’, “조폭 변론·조폭회사 인증” 보도 일파만파靑 국민청원게시판에 진상규명 촉구 글 이어져李 “패륜·불륜에 조폭몰이까지 하는..
ㄴ SBS ‘그알’, 이재명 조폭유착의혹 방송…李 조목조목 반박
ㄴ ‘이재명 조폭 유착의혹’ 진상규명 촉구 靑 국민청원 이어져
돈스코이 첫 발견 잠수사 “보물 못봤고 얘기도 안나..
檢, 임종헌 은닉 USB 발견…재판거래 ‘판도라 상자..
“트럼프, 北 비핵화 협상 진전 더딘 것에 화내고 있..
line
special news 아마존 열대우림서 홀로 고립생활하는 원주민 사..
브라질 원주민재단 20여년 추적 끝에 생존 확인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홀로..

line
대남비난 볼륨키우는 北의도는…더딘 남북교류에..
올해 사상 최악 폭염 기록하나…1942년 대구 40도..
피살된 카자흐 피겨영웅 차량의 백미러 도대체 얼..
photo_news
‘1천억원 가치’ 이강인…발렌시아, 미래의 핵심..
photo_news
박원순, 옥탑방 입주…“덥겠지만 강북문제 해..
line
[북리뷰]
illust
20세기 한국 정치 키워드는 ‘신파’였다
[인터넷 유머]
mark활명수 mark난센스 퀴즈
topnew_title
number 추신수, 연속출루 52경기서 마감…시즌 타율..
러 외교 “‘미인계 러 스파이’ 사건은 가짜”…..
“빚 못 갚으면 구속되니 돈 좀…” 이혼녀 행..
장우진, 코리아오픈 결승서 중국 넘어 첫 3관..
美 아버지 부시 前대통령 담당의사, 총맞아..
hot_photo
서효원-김송이, 셀카 찍으며 치즈
hot_photo
올여름 해운대 몸짱은 바로 나
hot_photo
트럼프의 눈썹과 푸틴의 코…‘타..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