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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9일(金)
文정부도 자유민주주의 忌避(기피)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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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自由와 民主는 ‘절대 가치’로
헌법에 명시된 국가 기본이념
이에 따른 교육은 정부의 책무

‘자유주의 + 민주주의’ 개념
이낙연 총리도 국회에서 확인
대한민국 정체성 확고히 해야


‘자유(自由)’는 ‘민주(民主)’와 함께 정상적인 현대 국가에선 ‘절대 가치’에 가깝다. 장구한 역사를 통해 인류의 집단 지성으로 확인·정립해온,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잃었다면 기필코 되찾아야 한다. 군부(軍部) 아닌 민간이 일으킨 세계 각지의 혁명 대다수도 그 가치를 수호하거나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4·19혁명도 그중의 하나였다. 당시 학생들과 함께 나섰던, ‘지조론(志操論)’으로도 널리 알려지며 시대정신을 대변했던 시인 조지훈은 ‘자유’에 대한 명문(名文)을 남기기도 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 학생들의 4·18의거를 기념해, 그 이듬해에 고려대 교정에 세운 비에 새긴 글이다. 제막식은 윤보선 당시 대통령, 장면 총리, 곽상훈 민의원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드물지 않게 일부가 인용돼온 글의 전문(全文)은 이렇다. ‘자유! 너 영원한 활화산이여! 사악(邪惡)과 불의에 항거하여 압제의 사슬을 끊고 분노의 불길을 터뜨린 1960년 4월 18일 천지를 뒤흔든 정의의 함성을 새겨 그날의 분화구 여기에 돌을 세운다.’

‘민주’의 가치 또한 지키고 키우기가 쉽지 않아 큰 고통과 희생이 따를 수 있다는 취지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표현은 격언이 되다시피 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대의를 밝힌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 초안 작성자이면서 제3∼4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의 말에서 ‘자유’를 ‘민주’로 바꾸며 변용한 것이라고 한다. 원문은 ‘자유라는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새롭게 돼야 한다’(The tree of liberty must be refreshed from time to time with the blood of patriots and tyrants.)이다.

이런 ‘자유’와 ‘민주’를 각각 이데올로기화한 것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는 두 이념을 결합·통합한 것인 셈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前文)과 제4조에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명시한 이유도 국가의 근본이념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사실 외에 달리 있을 수 없다. 학생들의 역사 교과서도, 학교교육도 이를 따르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지난 22일 행정예고한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반(反)헌법적 발상임은 물론이다. 교육과정은 교과목과 수업·평가방식 등 학교교육의 기준이 되는 규정으로, 이번 개정은 2020학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사용할 ‘사회’ 교과서와 중·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으로도 이어진다.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구성 요소 중 일부만 의미하는 협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적합하다”고 강변했으나, 소도 웃을 궤변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자유뿐 아니라 다른 민주적 가치도 포괄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일 기본법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 질서’를 의미한다”는 교육부 주장도 억지다.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대표적 헌법학자인 장영수 교수는 “여러 가지 민주주의 중에서 헌법 전문과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지적한다. 개정안 전 단계의 시안이 지난 5월 2일 그런 내용으로 공개됐을 때도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회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합친 것”이라며, “(교육부 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총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 안이 아니다”고 못 박았었다. 세습독재의 전체주의 체제를 민주주의로 위장하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유럽 등지 일부 국가의 사회민주주의 등과 구분되는 자유민주주의를 굳이 기피(忌避)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까지 흔드는 처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1일 개헌안 당론을 발표하면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서 ‘자유’를 빼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가, 4시간 뒤에 “빼는 안이 올라왔었는데, 결국 존치하기로 한 상황을 원내 대변인이 파악 못 한 해프닝”이라며 허겁지겁 해명한 일도 있다. 여당은 향후 또 개헌 논의를 하더라도, 그런 시도는 단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오는 7월 말 교육과정 확정·고시 전에 개정안을 철회·폐기하는 게 마땅하다. 자유민주주의는 기피 아닌 확고히 해야 할 이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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